[포착] 기어서 지하철 타는 전장연… ‘오체투지’ 시위

입력 2022-05-03 14:19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해 온 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다만 이전과 같은 지하철 승·하차 시위가 아니라 오체투지 형식으로 전환해 진행했다. 기존처럼 출근길 열차를 장시간 지연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닥을 기어 지하철에 탑승한 뒤 호소하는 방식이다.

전장연은 3일 오전 9시쯤 3호선 경복궁역에서 오금행 지하철에 탑승해 동대입구역에서 하차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상임대표를 포함한 회원 두 명이 바닥을 기면서 열차에 탑승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10여분간 늦어졌다. 시위 과정에서 열차를 시간 내에 출발시키려는 서울교통공사 측과 휠체어 공간을 확보하려는 전장연 활동가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에서 시위를 한 것은 11일 만이다. 이들은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장애인 예산 관련 답변이 있을 때까지 시위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추 후보자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장애인 특수운송사업비를 보조금 대상 사업으로 지정해달라’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의 요구에 “국회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만큼 보조금 지원 대상이 되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토록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후보자가 확답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전장연은 이날 지하철 탑승 직전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후보자의 답변은 전장연이 요구했던 것 중 단 한 가지,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약속어음 하나를 발행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소속 장애인들이 3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기 전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 시작해 이날까지 총 29차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의 요구는 크게 5가지다.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을 위한 보조금관리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저상버스 완전 도입, 2023년도 예산안에 장애인평생교육권리·탈시설권리·장애인활동지원예산 반영,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보장을 위한 예산 증액 등이다.

이들은 4일에도 오전 9시쯤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할 예정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는 장소를 변경해 4호선 혜화역에서 삼각지역까지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