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성원 3376명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무회의 공포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전국에서 직급과 직종 구분 없이 검찰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마지막 국무회의를 앞두고 공포를 심사숙고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대검찰청은 3일 오전 권상대 대검 정책기획과장이 검찰 구성원 3376명의 호소문을 대통령비서실 앞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오늘 검수완박 법안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호소드리고자 한다”며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통령님의 취임사가 기억난다. 대통령님께서는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온 국민께 약속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임과 무소속 의원의 보임, 무소속 의원의 소신 표명과 민주당 의원의 탈당에 이은 보임까지 일어났다”며 “그 어떤 말로 설명하더라도 국회에서 통상 벌어지는 상식이라고 하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국회의원 스스로 본인들이 검찰 조사를 안 받아도 되도록 하고 고위공직자의 직권남용에 면죄부를 준다”며 “건전한 공익고발의 길마저 막아놓은 것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특권·반칙이 아니라고는 말씀하시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취임사는 국민에 대한 약속임과 동시에 대통령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5년간 져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가장 순수한 약속이고 다짐이라고 알고 있다”며 “취임사 앞에, 그 순수한 약속과 다짐 앞에 당당했던 대통령으로 기억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권 과장은 지난달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장께 보낼 호소문 작성을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 구성원과 양식 있는 국민의 진정 어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입법독주를 멈추지 않으리라고 보인다”며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해 전달해 보려고 한다”고 썼다.
권 과장이 글을 올리자 전국 검찰 구성원은 이프로스에 호소문을 올리거나 각 지검·지청별로 입장을 내놓는 방식으로 호소에 동참했다.
대검은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박 장관에게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정식 요청하도록 건의하기로 했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 가운데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 수사권을 4개월 후에, 선거범죄 수사권을 올 연말에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이어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3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에는 경제·부패 범죄 수사권만 남게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두 법안을 공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