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환자는 간 건강을 특히 챙겨야 하겠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간이 딱딱하게 굳으면 중증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음주와 관계없이 고칼로리 음식과 지나친 야식 등으로 간에 지방이 과다하게 쌓여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용호 교수와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간 섬유화가 있는 당뇨 환자의 중증 저혈당 위험이 간 섬유화가 없는 환자 대비 38% 높게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낮아진 저혈당은 당뇨병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가장 위험한 저혈당 단계인 중증 저혈당을 응급실 방문 등 외부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정의한다.
중증 저혈당은 치매, 심혈관질환 위험률을 높이고 의식소실과 심하면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간 섬유화는 간 조직이 딱딱하게 변한 상태다. 간세포와 혈액 간 접촉을 방해해 간 기능 저하가 일어난다. 간 섬유화는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원인으로는 간에 과도한 지방이 쌓여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중증 저혈당을 야기하는 위험인자들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과의 상관성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중증 저혈당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지방간 지수(Fatty Liver Index)’를 조사해 그에 따른 중증 저혈당 발생 위험도를 산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2009~2012년 성인 2형 당뇨병 환자 약 200만명을 대상으로 중증 저혈당 치료 여부를 확인했다.
추적 관찰 5.2년 동안 4만5135명이 중증 저혈당으로 치료받았다. 중증 저혈당 환자의 평균 연령은 67.9세로 중증 저혈당이 없는 환자 평균(57.2세)에 비해 10.7세 높았다.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는 평균 24.3로 대조군보다 0.8 낮았다.
이어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중증 저혈당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지방간 지수를 활용했다. 지방간 지수는 간 효소를 활용해 지방간 중증도를 측정하는 수치다. 이 지수에 따라 전체 당뇨 환자를 지수가 낮은 그룹(FLI 30 미만), 중간 그룹(FLI 30 이상, 60 미만), 높은 그룹(FLI 60 이상)으로 나눴다.
각 그룹에서 중증 저혈당을 가진 환자는 100명 중 각각 3.6, 3.4, 4.4명으로 지방간 지수가 높은 군에서 낮은 군 대비 26% 증가했다. 간섬유화를 동반한 지방간 환자의 경우 간에 이상이 없는 당뇨병 환자 대비 중증 저혈당 위험도가 38%까지 상승했다.
또 지방간 지수를 10분위로 나눠 진행한 분석에서 지방간 지수에 따른 중증 저혈당 위험이 J자형 곡선을 그린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증 저혈당 발생 확률이 가장 낮은 지방간 지수는 남성에서 12~54, 여성에서 7~37였다.
이용호 교수는 “지방간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중증 저혈당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며 “저혈당 위험도를 고려해 환자 특성에 맞는 약물 치료로 환자 안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의학협회 발행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