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추경호 답변 미흡” 다시 오체투지 지하철 시위

입력 2022-05-03 10:36 수정 2022-05-03 14:30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와 회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3호선 경복궁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권리예산 관련 추경호 기재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답변이 미흡하다며 3일 서울지하철 곳곳에서 ‘오체투지’ 탑승 시위에 나섰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3일 오전 9시쯤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바닥을 기는 오체투지 방식으로 지하철에 탑승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추 후보자의 답변은 장애인권리예산 중에 약속어음을 하나 발행한 것뿐”이라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담겨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출근길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에게 죄송하지만 전장연은 약속어음이 현금으로 지불될 때까지 21년간의 외침과 기다림을 포기할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박 대표는 “전장연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라 설명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전장연 활동가들은 오전 9시쯤 오금역 방향 지하철에 올라 동대입구역까지 이동했다. 이후 동대입구역에서 다시 대화역 방향 지하철에 올라 경복궁역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박 대표 등은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빈 깡통을 목에 걸고 기어서 열차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과 전장연 활동지원사 사이에 10여분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직원들이 열차 출발을 위해 “조속히 탑승해달라”고 요구하자 활동지원사들은 “자리가 없지 않느냐”며 맞섰다. 대치가 5분가량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직접 휠체어를 밀어넣고 출입문이 닫힐 수 있도록 문가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활동지원사들이 “목을 졸랐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양 측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재개하지 않지만 당분간 계속해서 경복궁역과 동대입구역 사이에서 오체투지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전장연은 오는 6일부터는 4호선 혜화역부터 삼각지역 사이에서, 대통령 취임 당일에는 5호선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오체투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