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 나와” 하다 경찰과 ‘몸싸움’ 민원인… ‘정당방위’ 인정

입력 2022-05-03 06:51 수정 2022-05-03 09:59

경찰관과 몸싸움을 벌여 상해를 가한 민원인이 법원에서 ‘정당방위’를 이유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경찰은 해당 민원인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제압에 나섰지만 실제로는 흉기가 없었던 점을 감안한 판단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서 1층 민원실에서 경찰관에게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에게 맞은 경찰관은 2주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당시 A씨는 서장 면담을 요구하며 경찰서를 찾았다. 그는 경찰관이 면담요청 내용을 묻자 답변하지 않고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설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관과 이야기할 당시 한 손에 우산과 하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그가 비어있는 한 손을 다른 손으로 옮기려는 순간 경찰관은 ‘흉기를 꺼낸다’고 생각해 수 m 이상 몸을 밀쳤다. A씨가 경찰서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비닐봉지 내용물을 확인하거나 열어보라고 요구받은 일은 없었다.

A씨와 경찰관은 서로 몸싸움을 벌였다. 곧 다른 경찰관 3명이 추가로 현장에 와서 A씨를 완전히 제압했고,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오 부장판사는 “공무원이 실제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던 점에서 선제적으로 위험을 제거하려고 한 경찰관의 행위를 위법한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경찰이 A씨를 과잉 제압했다고 봤다.

A씨와 몸싸움을 벌인 경찰관은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부장판사는 “사건 현장이 경찰서라 많은 경찰관이 근무 중이었고, A씨가 한 손에 우산과 비닐봉지를 동시에 들고 있어 바로 위험한 물건을 꺼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손이 실제로 비닐봉지에 닿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피해자(경찰관)가 진술하는 바와 같이 급박한 상황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으로서는 비닐봉지를 개봉하거나 그 내용물을 확인해야 한다는 아무런 사전 예고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수 m 이상 밀쳐지는 유형력을 행사당했다”며 “놀라고 당황해 경찰관이 잡은 팔을 떼려고 하면서 팔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폭력행위는 부적절한 점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으로서는 예상 못한 과잉 제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공무집행방해의 고의나 상해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