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희선, 31세에 하늘로…사망 전 남긴 SNS 글

입력 2022-05-03 04:02 수정 2022-05-03 10:13

국립발레단 주역급 무용수 김희선이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일 무용계에 따르면 국립발레단 드미솔리스트인 김희선이 전날 사망했다. 사인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고인은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희선은 선화예중-선화예고-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를 거쳐 2015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해 이듬해 정단원이 됐다. 국립발레단 입단 1년 만에 인기 레퍼토리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는 등 클래식과 컨템포러리 레퍼토리를 아우르며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고인은 키 156㎝로 발레리나로서는 최단신에 속하는 신장이었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단점을 테크닉으로 극복하는 노력파로 학창 시절부터 유명했다. 선화예중 시절에는 자택이 있는 의정부에서 매일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한예종 재학시절에도 김희선은 수준 높은 기량과 해석으로 다양한 안무가들의 러브콜을 받는 출중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발레리나 김희선.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합류 전인 2012년 서울국제무용콩쿠르와 2013년 베를린 국제무용콩쿠르, 2013년 프랑스 그라스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했고, 2015년 한국발레협회 신인무용상, 2016 핀란드 헬싱키 국제발레콩쿠르 그랑프리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특히 김희선은 국립발레단의 코르드발레(군무진) 무용수 시절 헬싱키 발레콩쿠르에서 여자 시니어부문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해 전 세계에 명성을 떨쳤다.

그 전까지 이 대회에서는 한국인으로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이 2001년 4회 대회 때 여자 시니어 부문에서 1위 없는 2위에 오른 것이 유일한 입상 사례였다.

김희선은 지난해 1월 코르드발레에서 드미솔리스트로 승급하기도 했다.

김희선은 사흘 전 SNS에 “언젠가는 이 병이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기도해 본다. 저에게 아낌없는 정과 관심 주시는 모든 분께 미안합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무용계와 팬들은 실력 있는 젊은 무용수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한 무용계 관계자는 “김희선은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노력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기량으로 극복한 훌륭한 무용수였다”면서 “이렇게 황망히 떠나 안타깝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