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2017년 9월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고 온 뒤 주변에 “대화가 잘 됐다. 적극 돕겠다고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송 시장의 말을 들은 증인은 2018년 3월 실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 측을 겨냥한 경찰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이건 아니다’고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송 시장은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 후보 수사를 청탁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7년부터 이른바 ‘공업탑 기획위원회’ 일원으로 송 시장 선거운동을 도왔던 윤장우 전 민주당 울산시당 정책위원장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열린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판에 나와 송 시장과 황 의원의 회동 전후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송 시장에게 황 의원을 만난다는 사실을 듣고 “말씀하실 자료를 정리해 가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거론한 자료에 대해서는 “청장을 만나는데 정책자료를 가져가겠느냐” “암묵적으로 송병기 전 부시장이 모아둔 자료일 것임을 알 것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 공소장에는 “윤씨가 ‘송병기가 모아놓은 김기현 비위 자료를 줘보이소’라고 (송 시장에게) 권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윤씨는 황 의원을 만나고 돌아온 송 시장이 “이야기 잘 됐다. 적극 돕겠단다”고 말했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는 검찰 진술 내용을 이날 재확인했다. 그는 송 시장에게 “(압수수색) 영장이 된답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고 한다. 윤씨는 이어진 변호인의 반대신문에서 “정확히 그런 언어였는지 모르지만 유사하게 했다. 사실이다”고 답했다. 그가 속했던 공업탑 기획위원회가 실제로 송 시장의 선거를 지원하는 조직이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했다.
검찰은 송 시장과 황 의원 간 만남에서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경찰 수사 청탁이 이뤄졌다고 본다. 윤씨는 2018년 3월 실제로 경찰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자 “아, 이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송 시장과 의원의) 대화가 실현됐다고 생각했느냐”고 묻자 윤씨는 “허언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압수수색을 하면 이길 후보는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었다고도 말했다.
다만 윤씨는 증언 내내 우회적으로 답변하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친인척 80%가 울산에 산다. 나도 (재판이) 끝나면 살아가야할 것 아니냐”며 심리적 압박을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황 의원은 공판에 나오며 “무리한 사건이 무리한 기소로 연결된 표적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