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철 아들, 풀브라이트 ‘장학금 면접교수’ 밑에서 ‘연구보조원’

입력 2022-05-02 19:09 수정 2022-05-02 19:23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4월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A씨가 2015년 8월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생 선발 면접을 볼 당시, 심사위원(reviewer)으로 참여했던 이화여대 경영학과 최모 교수 밑에서 ‘연구 보조원(research assistant)’으로 일하고 있었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A씨가 연구 보조원으로 자신을 기용한 최 교수가 심사위원인 상태에서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된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A씨의 현 직장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사무소로부터 제출받은 A씨의 입사 서류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8월까지 최 교수 밑에서 연구 보조원으로 활동했다.

A씨는 최 교수의 ‘은행 대출이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미치는 영향’ 관련 연구에서 1년 간 자료 검색과 구성을 담당했다고 입사 서류에 적었다.

최 교수는 2015년 풀브라이트 심사위원으로, 같은 해 7~9월에 장학금 지원자들의 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5년 8월에 면접을 거쳐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여자로 9월에 선정됐다.

A씨가 최 교수 밑에서 연구를 보조하던 시기에 최 교수에게서 심사를 받고 장학생이 된 것이다.

최 교수는 A씨의 장학금 선정 당시 김 후보자 딸의 학과 교수이기도 했다.

또 그는 2020~2021년 김 후보자의 딸·아들과 논문과 책을 공저하는 등 가까운 사이였다. 최 교수는 2017년 1월 발표한 논문에서 김 후보자의 자녀들에게 “연구를 도와줘서 감사하다”고 적기도 했다.

최 교수는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정된 직후인 2015년 11월 풀브라이트 연구 및 강의 장학프로그램에 합격해 미국 코넬대 교환교수를 다녀왔다.

A씨와 최 교수가 풀브라이트 장학금 대상자로 뽑힐 당시 김 후보자는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안경을 벗고 있다. 뉴시스

A씨는 2020년 11월 MSCI에 인턴으로 지원하며 최 교수와 함께 쓴 책 1권과 논문 1편을 경력으로 제출했다. 또 2016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된 것도 경력으로 기재했다. MSCI가 2018년부터 올해까지 뽑은 직원 40명 중 정규직이 아닌 인턴은 A씨가 유일했다.

A씨가 MSCI 입사 서류에 적은 ‘국회입법조사처 연구 보조원(Research Assistant)’ 경력이 부풀려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정된 이후 2016년 1월부터 2월까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연구 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도 의원실 측은 “국회입법조사처에 확인한 결과, A씨가 2016년 연구 보조원으로 근무한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며 “당시 입법조사처 경력은 두 달짜리 공직체험프로그램에 불과했는데, A씨가 이를 연구 보조원으로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A씨의 입법조사처 경력도 ‘아빠 찬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씨가 입법조사처 공직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국회입법조사처장은 경희대 B교수였다. B교수는 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을 역임했던 2014~2015년 동문회 운영부회장을 맡은 인물로, 김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B교수는 2014년 10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국회입법조사처장으로 재임했다.

최 교수는 A씨와의 관계를 묻는 국민일보의 연락에 답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 측은 “필요하다면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도 의원은 “풀브라이트를 매개로 한 김 후보자의 자녀 스펙관리는 장학금부터 학술논문 및 저서 공동저술, 취업에 이르기까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치밀했다”면서 “‘아빠 찬스’의 종합판을 보여준 김 후보자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규영 박세환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