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과 관련해 “(윤석열)정권이 지나고,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청와대로 다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 후보는 민주당이 정권을 찾아오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로 복원하겠다는 구상을 처음으로 밝혔다.
송 후보는 2일 서울 중구에 마련된 캠프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입장에서 정부는 임차인인데,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집을 마음대로 고치면 되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송 후보는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MB 사면은 윤 당선인이 하라”며 “왜 문재인정부가 바보처럼 그런 정치적 부담을 지느냐”고 반문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서 송 후보는 “당이 판단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 계양구 시민의 의사”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용산 집무실 이전은 돌이킬 수 없는 것 아닌가.
“정권이 다시 바뀌면 원상회복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국가적 관점에서) 임대인은 국민이고, 정권은 임차인이다.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자기 맘대로 집을 고치면, 임대인이 임대 기간이 종료되면 원상회복을 명령하게 돼 있다. 똑같은 논리다.”
-청와대로 다시 가겠다는 얘긴가.
“청와대에 다시 못 갈 이유가 있나.”
-국민에게 돌려준 걸 다시 받을 수 있나.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 당선인의) 말은 틀린 말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 재임 때 국민 80만명이 청와대를 구경했다. 이미 돌려준 것이다.
내가 전에 청와대에서 봤는데 녹지원 쪽에 유치원생이 방문 오면 문 대통령이 지나가다가 악수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더라. 이게 훨씬 더 실감나지 않겠나.
조선시대 왕릉도 아니고, 국민 입장에서 대통령이 떠난 청와대를 보고 싶겠나.”
-용산 청사는 왜 반대하나.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면 오히려 접근이 더 어려워진다.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는데, 군인이 총 들고 있는 공간이 훨씬 요새처럼 소통을 차단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군사 독재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인가.
“그렇다고 본다. 군사 독재라기보다는 검찰 독재 시절이 될 것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와의 한판 승부’라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는 대선 후반전이다.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으셨던 분들조차 지금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고 있지 않나. 그러니까 대통령에 당선이 됐는데도 지지율이 나오지 않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정부를 위해서라도 국민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방백신을 놓아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건희씨가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한 행태라든지 당선되자마자 ‘쩍벌남’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벌써부터 ‘건방기’가 보인다. 국민께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균형을 잡아주실 것이다.”
-송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균형을 잡는 일인가.
“윤 당선인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당선사례 플래카드를 썼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가 부탁한 인사는 다 배제하면서 팽시키고, 유승민 후보에게는 사실상 자객을 보내 팽시켰다. 홍준표 후보도 팽시키려 했는데 못 했다.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정치력으로는 국민 통합이 어렵다. 중앙정부는 윤 당선인이, 지방정부는 민주당이 해야 국민통합이 되지 않겠나.”
-MB 사면은 왜 반대하나.
“MB를 사면해야 할 명분이 있나. 윤 당선인이 하라고 하라.
윤 당선인이 자기 손에 물을 묻히지 않으려고 문재인정부에 압력을 넣는 것을 나는 대단히 동의할 수 없고, 절대 굴복할 수 없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 못 할 텐데.
“(윤 당선인이) 김 전 지사를 사면 안 하고 MB만 사면할 수 있겠나.
왜 그걸 바보처럼 (문재인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지나. 국민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윤 당선인이 MB만, 자기편만 사면할 수 있겠나.”
-이 전 지사의 인천 계양을 출마 가능성은 어떤가.
“이 전 지사의 의사와 계양구 시민 의사가 합치돼야 한다. 저는 원론적 말씀만 드릴 수밖에 없지만 이 전 지사를 찍은 1600만 표를 고려하면 이 전 지사가 어떤 식으로든 지방선거에 기여해야 한다고 본다.”
-어떻게 기여해야 하나.
“선대위원장으로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직접 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건 당이 판단해야 하는데, 인천의 계양구 시민의 의사가 중요하다.”
-현재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어떻게 보나.
“어려운 싸움이다. 이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데, (후보 선출 과정에서) 5주를 허비했지 않나. 너무나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고 지금부터 열심히 뛰어보겠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는데.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 지나간 일, 서운한 일 얘기해봤자 뭐하겠나.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됐으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모든 분의 마음을 제가 이해하고 포용해 민주당 원팀을 만들어 보겠다.
정성을 다해 겸손하게 마음을 얻도록 노력하겠다.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이원욱 의원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으며 ‘내가 잘못했다. 다 싸안고 가자’고 얘기했다.”
-어떻게 이길 것인가.
“지금 12%포인트 정도 뒤지고 있는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에 오세훈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5% 포인트까지 줄여놓겠다.
19일부터 공식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충분히 반전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고 본다.”
-부동산 문제 해결을 자신했는데.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3%대 이자로 10년간 분양가의 10%만 내고 살다가, 10년 후에 최초 분양 가격으로 매입할 권리를 주는 것이다.
구룡마을(서울 강남구)에 1만2000세대, 내곡동(서울 서초구)에 5만 세대를 만들 것이다.”
-임기가 4년인데 공급 가능한가.
“보통 주택공급에 5년에서 10년 정도 걸린다. 임기 4년간 세팅하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