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 정모(31)씨의 의대 입시에 ‘스펙’으로 활용된 경북대 부속 연구소가 정씨 활동 직후 경북대 자체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대상이었던 4개 부문 11개 세부항목 중 단 한 개만 만점이었고, 아예 0점을 받은 항목도 4개나 됐다. 후보자 측은 정씨의 참여도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제출받은 회의록에 따르면 경북대는 2016년 8월 30일 제4차 학술연구위원회를 열었다. 위원장을 포함해 12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엔 ‘2016년 연구시설 평가 결과 및 처리 계획’이 안건으로 올랐다.
정씨가 학생연구원으로 활동하며 논문 작성 과정에 참여한 U-헬스케어 융합네트워크 연구센터는 낙제점을 받았다. 평가보고서에 적시된 총 4개 부문 11개 세부항목 중 ‘연구실적’에서만 만점을 받았고, 다른 10개 항목에선 크고 작은 감점이 확인됐다. 학술진흥실적은 17점 만점에 1점, 계획성은 5점 만점에 1점을 받았다. 재정기반, 대표적 우수 업적, 대외협력 등 0점을 받은 항목도 4개나 됐다. 활성화 의지를 따지는 항목에서조차 5점 만점에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총점은 100점 만점에 33.7점에 그쳤다. 50점 미만이면 F에 해당하는데, 기준선에조차 한참 못 미친 것이다. 평가보고서는 해당 센터의 연구 영역에 대한 수요가 많다고 짚으면서도 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과 실사 준비가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로서 수행한 사업실적이 매우 저조하며 연구소 운영 역량과 체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도 명시했다.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해당 센터에 폐소 결정을 내렸다.
평가보고서는 U-헬스케어 센터의 2014~2015년 운영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U-헬스케어 센터는 2008년 문을 열었지만 2013년까진 국책사업을 수행한 탓에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씨 본인이 작성한 의대 편입 서류에 따르면 그는 해당 센터에서 2015년 10월 1일~12월 31일 학생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2015년 8월 1일~2016년 4월 1일, 2015년 8월 1일~2016년 8월 1일 각각 한 편의 전자공학회 학술 논문에 참여했다고도 적었다.
김 의원은 “자기기술서에서 연구 참여가 끝났다고 기술된 시점에 해당 센터가 폐쇄된 구체적 경위 등 편입 관련 의혹에 대해 청문회를 통해 명백히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후보자 측은 연구실 자체의 부실 여부와 정씨가 참여한 논문의 적정성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장관 인사청문준비단은 “정씨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유효한 논문의 제3, 제4저자로 역할을 다했다”며 “연구소 부실 여부는 후보자 아들의 책임이 아니다. 논문 자체가 학문적으로 유효하지 않거나 저자로서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근거가 없다면 스펙 부풀리기라는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3일 열린다.
송경모 조효석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