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괴이’를 통해 연상호 감독과 처음 만난 배우 신현빈은 2일 화상 인터뷰에서 “‘연니버스’(연상호 감독의 세계관)는 현실에서 경험에 볼 수 없는 일들, 하지만 떠올렸을 때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며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괴이’에서 수진은 에서 천재 문양 해독가 수진 역을 맡았다. 수진은 기훈(구교환)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사고로 잃고 시골에서 은둔하던 중 기이한 사건에 휘말린다.
신현빈은 “드라마가 오컬트 성격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이야기,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끌렸다”며 “장건재 감독의 전작을 워낙 좋아했다. 이런 작품을 어떤 식으로 연출할까, 어떻게 다를까 등의 기대감과 그런 궁금증이 커졌고, 배우들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수진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경험해보지 않은 일들을 겪는 캐릭터를 연기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아이를 잃고 괴로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신현빈은 “극 전반부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 수진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훨씬 생기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었을텐데 아이를 잃고 혼자 따로 떨어진 상황, 아이를 잃으면서 자신도 잃어버린 상황일 것 같았다”며 “혼란스런 사건 안에서 성장하고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상 신에서 다뤄지는 수진의 모습과 지금 수진의 모습, 극의 전개에 따라 변화해가는 모습에 차이를 두고 표현하려 했다. 실제로 드라마 설정처럼 제 인생의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했다”고 부연했다. 문양 해독가라는 직업 때문에 티베트어를 외우는 일 역시 생각보다 어려웠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어 등이 굽어있는 모습 등을 설정하기도 했다.
수진은 드라마 속에서 내내 흐느끼고 괴로워한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감정이 힘들다보면 육체적으로도 지치기 때문”이라며 “거의 쓰러져 있었는데 현장에서 곽동연, 남다름 등 다른 배우들이 많이 도움을 줬다. 찍는 순간에 집중해서 찍고, 끝나면 털어낼 수 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상대역을 맡은 배우 구교환과의 호흡은 편안했다고 자평했다. 신현빈은 “둘 다 상황극을 좋아하고 농담코드가 맞았다. 제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얘기에 구교환이 웃고, 구교환이 웃기다고 생각하는 얘기에 내가 웃었다”며 “함께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크고 궁금했는데 촬영하면서 생각보다 더 좋았다. 편하게 해줬고, 내색하지 않지만 배려해주는 걸 느꼈다. 고맙고 든든했다”고 이야기했다.
신현빈은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 이어 ‘괴이’까지 견디기 어려운 아픔을 가진 인물, 무거운 감정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감정 연기가 힘들지 않았는지 묻자 “난 그런 캐릭터를 만났을 때 그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괴롭고 힘든 마음을 잘 보듬어주고 싶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그런 인물들을 만나는 것 같다”며 “내 성격과 비슷한 점이 표면적으로는 크게 없지만 괴로움과 아픔, 꺼내기 싫은 면이 있어 어딘가에 비슷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배운 점은 무엇일까. 신현빈은 “촬영하면서 자기 인생의 지옥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설정에 대해 생각했다”며 “‘내 안에서 괴로움을 극복하면 지옥이 없는 걸로 느껴질 수 있을까’ ‘주어진 하루하루 잘 살아가야겠다’ 생각했다. 더 몰입하고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힘을 많이 얻었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