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지속 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 협의체’ 태스크포스(TF)가 개점휴업 상태다. 보험료가 나날이 올라 국민 불만이 큰 실손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출범한 금융위 TF는 2월 한 차례 실무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후속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출범 킥오프 회의에서는 참석자 간 상견례와 향후 방향성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첫 실무회의 이후 현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TF는 손해율이 급상승하는 실손보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기 위해 출범했다. 한국 사회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국민 1인당 연평균 의료비 증가율(8.7%)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4%)의 두 배에 이르는 등 부담이 커지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첫발을 뗐다.
사보험인 실손보험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음영 지역’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급등한 실손보험 손해율 탓에 보험료가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이를 부담할 수 있는 고소득 가구와 그렇지 않은 저소득 가구 간 의료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TF가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제는 ‘병·의원의 과잉 진료 방지를 위한 비급여 항목 관리 강화’ ‘가입자의 청구 불편 해소를 위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 체계 개편’ ‘보험 사기 사전 예방 강화’ 등이다.
이 중 비급여 항목 관리 강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료 누수 문제를 해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비급여 항목이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 행위를 의미하는데 적절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워 과잉 진료와 보험금 과다 청구 문제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이는 청구 전산화를 통해 일정 부분 솎아낼 수 있다. 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병·의원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검사하면 보험료 누수를 방지하기가 쉬워진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후속 회의를 열지 않는 이유는 인수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TF 과제와 관련 있는 사항이 일절 담기지 않았다. 인수위 실무진 명단에도 보험 전문가는 포함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산화를 골자로 한 ‘실손보험 청구 체계 간소화’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와 대비된다. 대선 이후 TF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인수위에서 실손보험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으니 금융위도 우선순위에서 배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원인이 1~3세대 상품에 있다고 보고 4세대 전환을 우선 유도하기로 했다. 소비자 안내 강화 등 보험사별 전환 노력을 측정해 경영 실태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