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동걸 “산은 부산행 반대… 부울경, 경제 싱크홀 돼선 안 돼”

입력 2022-05-02 16:51

퇴임 의사를 밝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일 산은 부산 이전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대해서는 “한국 경제의 싱크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이날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은의 부산 이전을) 충분한 토론이나 공론화 절차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잘못된 결정은 불가역적인 결과와 치유할 수 없는 폐해를 낳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경제 정책을 이런 식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심각한 폐해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장은 부·울·경 지역을 비판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부·울·경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이래 산업화 과정에서 가장 큰 특혜를 받은 지역”이라면서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다른 데(서울)서 더 빼앗아 가려고 하지 말라. 제2의 경제 도시라면 다른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 진정한 지속 가능 발전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확인 한 번 해보라. 한국 기간 산업, 중후장대 산업 다 어디에 있나. 포항·울산·창원·거제에 있다. 빨리 구조조정 하고 스스로 키우고 혁신 산업 유치해 스스로 발전하라”면서 “그러고 나서 다른 지역도 도와줘야 한다. 서울·부산이 손잡고 강원·호남을 도우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산은 부산 이전의 주된 근거로 꼽히는) 지역균형발전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방법은 곧 ‘퍼주기’가 된다”면서 “(산은이 부산으로 내려가려면) 지역의 고통 분담과 책임 있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받는 것만 인조이(enjoy)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직 제청권을 가진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정부의 경제 정책을 금융 측면에서 집행하는 산은 회장은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면서 “산은 등 주요 기관장 임기는 2년 6개월이나 5년으로 바꿔 정권 교체기에 잡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