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 학창 시절을 평가한 결과 현재 고등학생을 포함한 1997년생 이하, 이른바 ‘요즘 아이들’의 일상 속 균형이 그 앞 세대에 비해 크게 나빠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경우 필수 생활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이 어른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전국 학령기 아동·청소년(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 2210명과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일상 속 균형 보장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일 밝혔다.
재단은 먼저 현재 고등학생과 지금은 성인이 된 20~60대를 상대로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상 속 수면·공부·운동·미디어 권장 시간 충족 비율을 세대 비교했다. 세대 구분은 1차 베이비부머(1955∼1964년생),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 X세대(1975∼1984년생), Y밀레니얼세대(1985∼1996년생), Z세대(1997∼2010년대 초반)로 이뤄졌다.
비교 결과 현재 고등학생 집단을 포함한 Z세대와 Y세대는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1·2차 베이비부머 및 X세대와 일상 균형 보장 수준에서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성세대의 경우 일상균형 보장이 ‘하’ 수준인 이들의 비율이 1차 베이비부머의 경우 69.4%(133명), 2차 베이비부머 81.4%(211명), X세대 72.5%(193명)였다. 10명 중 7명(74.4%) 이상이 일상 균형이 깨진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얘기다.
그런데 Y세대와 Z세대(현재 고등학생 포함) 중에서는 일상균형 보장이 ‘하’인 이들이 각각 88.6%, 91.0%로 평균 90.2%에 달했다. 일상 균형이 보장되지 않은 이들이 10명 중 9명으로 기성세대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세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수면과 운동이 권장 시간에 미치지 못하지만 공부와 미디어 노출 시간은 권장 시간을 넘어서는 것은 모든 세대에서 나타난 경향이었다.
연구진은 “성인들의 경우 과거 고1 시절을 회고해 답한 것이기 때문에 엄밀한 세대별 비교는 어렵지만 각 세대가 경험하고 기억하는 주요 생활의 평균적인 시간 양은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 39세 이상인 중장년 어른이 보냈던 고등학교 시절보다 지금 10∼30대가 보내고 있거나 보낸 고교 시절 일상의 균형이 더 나빠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또 성인과 학령기 아동·청소년의 하루 생활시간을 비교한 결과 식사·위생·노동(어른)·공부(학생) 등 필수적인 행위에 쓰는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은 아이들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이들의 하루 평균 자유시간은 5시간 19분으로, 성인(6시간 44분)보다 1시간 25분 짧았다. 자유시간이 부족한 ‘시간 빈곤’에 해당하는 비율은 성인(18.8%)과 아동(17.9%)이 비슷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이수진 팀장은 “이번 연구에서 성인과 아동을 비교한 것은 지금 어른들이 이른바 ‘요즘 애들’을 본인의 잣대에 따라 판단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세대라고 생각하는 시각을 버렸으면 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어른들은 요즘 애들이 비교적 풍요롭고 편한 시절에 태어나 무기력한 세대로 볼 수 있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아동·청소년의 경우 지난해 12월 1일∼올해 1월 17일, 성인은 지난 3월 18∼23일 진행됐다.
황서량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