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신교회 이색 성도 구분법, ‘주꾸미 식사’… 교제하며 강소교회 정착

입력 2022-05-02 16:23 수정 2022-05-03 01:18
경기도 고양시 행신침례교회 김관성 목사는 성도들과 교제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대표적인 교제의 장이 행신역 앞 주꾸미 식당에서 먹는 식사다. 후임목사로 청빙받은 우성균 목사도 처음 교회에 왔을 때 김 목사와 이 곳에서 식사했다. 고양=신석현

매운 주꾸미 볶음을 입에 넣으니 혀는 얼얼했고 이마엔 땀이 맺혔다. 외투를 벗고 음료로 입을 달래니 자연스럽게 긴장은 사라졌다. 인터뷰는 어느새 대화가 됐다.

느닷없이 주꾸미 얘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2월이었다. 개척 5년 만에 강소교회로 자리 잡은 비결을 듣기 위해 찾은 교회에서 성도들은 ‘담임 목사와 주꾸미 식당에서 밥 먹었냐’로 성도인지 아닌지 구별한다고 했다. 주꾸미로 성도를 구분하는 이 교회, SNS스타인 김관성 목사가 개척한 경기도 고양시 행신침례교회다.

김 목사는 지난 1월 9일 주일예배에서 개척 현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후배 목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고향인 울산에서 목회하기로 했다.

2년 전 약속인 ‘주꾸미 점심’을 핑계로 지난 2일 행신역 앞 바로 그 주꾸미 식당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지난달 3일 후임목사로 청빙 받은 우성균 목사도 함께였다.

주꾸미는 행신교회의 성장 이유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김 목사는 성도들과 교제하며 이야기했다. 특히 식사는 사역자와 성도 간 가면을 벗기는 역할을 했다. 그 덕에 새 신자 정착률은 86%나 됐다. 개척멤버 14명으로 시작해 4년 만에 260여명이 되더니 코로나의 시간을 지내며 400여명 가까이 늘었다. 2015년 전도사란 걸 숨기고 행신교회에 온 우 목사도 다르지 않았다.

우 목사는 “교회에서 소망을 찾기 어려워 방황하는 저에게 주변에선 ‘정신 차리라’는 말만 했다”며 “SNS를 보고 청년으로 온 저에게 김 목사는 밥 먹자고 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 잘 살았다’고”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작은 교회, 촌스러운 김 목사에게서 우 목사는 소망을 봤다. 김 목사도 같은 마음이었다. ‘편하게 하라’며 청소년 사역을 맡겼다.
우 목사는 “흠 없어 보이는 담임 목사님 앞에서 부교역자는 편할 수 없다. 김 목사는 모든 걸 드러내며 보여주시니 편했다”고 했다.
‘모든 걸’ 얼마나 보여 줬길래 편했을까.
우 목사는 “구멍 난 양말, 색이 맞지 않는 재킷과 바지. 모든 걸 챙겨줘야 하는 분”이라고 했다.

김관성 목사는 지난 1월 후배 목사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신은 개척 현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우성균 부목사가 지난달 후임목사로 청빙 받았다. 2일 예배당에서 만난 두 목사는 함께 한 7년의 시간을 “많이 웃었던 시간”이라고 이야기했다. 고양=신석현

이후 우 목사는 청소년부와 청·장년부 등을 섬겼고 목사 안수도 받았다. 자신을 행신교회 최대 수혜자라 말하는 우 목사는 그 은혜를 갚겠다며 청빙을 수락했다. 그럼에도 김 목사 후임인 건 여전히 부담이었다.
우 목사는 “담임 목사 결정에 성도들도 놀랐을 텐데 오히려 저를 다독여 주셨다”며 “새 신자까지 꾸준히 오는 걸 보고 하나님이 계속 보내주시는 게 아닌가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저로 인해 유지되는 교회라면 잘못된 목양을 한 셈”이라며 “교회는 하나님이 다스리며 이를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성도는 나약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개척멤버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했다.
김 목사는 “개척멤버 90%가 남아 계시는데 이름도 빛도 없이 섬기기만 한다”며 “저에겐 훈장 같은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런 교회를 왜 떠나는지 궁금했다. 첫 번째 이유로 꼽은 건 우 목사였다.
김 목사는 “우 목사처럼 젊은 나이에 담임목사가 되기 어려운 시대”라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코로나 상황에 제가 개척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지금 행신교회에 필요한 목회자는 우 목사”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김 목사는 “교회 성장은 멈췄고 개척도 어려운 시대다. 한국교회에 절망을 소망으로 바꾸는 작은 동력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다음 세대 목회자를 양육하는 데는 두 목사가 한 목소리를 냈다.
“(우 목사가) 저처럼 동생 키우고 새로운 곳에서 도전했으면 한다”는 김 목사의 말에 우 목사는 “청빙투표하고 다음 주일 설교에 ‘10년 뒤 저도 떠나겠다’고 했다. 다들 웃으셨지만 저도 한국교회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두 목사에게 함께 한 7년의 시간을 물었다.
우 목사가 “봄 같은 시간,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많이 웃고 회복을 경험한 감사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울산에서 허세는 하나만 떨 거다. 행신교회의 추억”이라며 웃었다.

김 목사는 6월까지 목회하고 7월부터 창립기념일인 11월 첫 주까지 휴가를 받아 개척 준비에 나선다. 창립일에 돌아와 고별설교를 하고 교회를 떠날 예정이다. 고양=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