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멀티 골을 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색다른 골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평소와 다른 세리머니 뒤에는 꼬마 팬과 훈훈한 일화가 숨어있었다.
손흥민은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로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역 시절 세운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17골)’ 기록을 36년 만에 뛰어넘었다.
이날 후반 34분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두 번째 골을 넣은 손흥민은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기쁨을 나눴다. 그런데 세리머니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의 시그니처인 ‘찰칵 세리머니’에 앞서 다른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이다.
골을 넣은 손흥민은 양손에 입을 맞춘 뒤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망원경을 보는 듯 눈 쪽에 갖다 댔다. 이후 ‘찰칵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 세리머니는 토트넘을 응원하는 어린 팬을 향한 것이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꼬마 팬 라일리는 예정일보다 석 달 일찍 태어난 조산아다. 뇌성마비까지 겹쳐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받았지만, 라일리는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쳐 조금씩 발을 뗄 수 있었다.
라일리의 사연이 영국 전역에 소개되자 토트넘은 라일리를 격려하기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난 29일 토트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영상에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라일리와 토트넘 선수인 존 로든, 벤 데이비스가 함께 공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손흥민과는 영상 통화로 함께했다.
아직 걸음이 불편해 보였지만, 라일리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라일리가 찬 공이 골문으로 들어가자 존 로든과 벤 데이비스는 “세리머니를 쏘니(손흥민)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통화에서 라일리는 손흥민을 향해 자신만의 골 세리머니를 선보여 손흥민을 웃음 짓게 했다. 이때 보여준 동작이 바로 손흥민이 레스터 시티 전 득점 직후 선보인 세리머니였다.
손흥민은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경기에 앞서 힘들었던 시간에 라일리가 힘을 줬다”며 “보답하는 마음으로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비슷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날 리그 19호 골까지 만들어낸 손흥민은 EPL 득점 선두인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22골)를 3골 차로 추격했다. 매 경기 양 팀을 통틀어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를 온라인 팬 투표로 선정하는 ‘킹 오브 더 매치(King Of The Match)’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