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선생님이 부족해’…2년 만에 돌아온 주일학교는 지금

입력 2022-05-02 15:50 수정 2022-05-04 09:14
지난 1일 서울 100주년기념교회 유아부 예배 모습.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대면 예배 드릴 날만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만 네살 짜리 아들 서준이 엄마 이해연(37)씨 얘기다. 코로나19 때문에 2년 넘게 집에서 유튜브로 유아부 예배를 드렸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에서 평소 즐겨보는 만화가 추천 영상으로 뜨는 바람에 아이는 예배 집중을 잘 못할 뿐더러, 예배를 자꾸 미루려고 하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다반사였다.

‘어린이 주일’이었던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100주년기념교회 2층 유아부(만 3~4세 담당) 예배실. 이씨가 서준이 손을 잡고 나타났다. 2년여 만에 학수고대하던 소원을 이룬 것이다. 지난달 말 거리두기 지침이 해제되면서 교회마다 주일 현장 예배에 이어 ‘개점휴업’이었던 주일학교 예배를 대면예배 체제로 바꾸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날 100주년기념교회 유아부 예배 보조 교사로 동참했다.

지난 주일에 본격 개방된 2층 유아부 예배실은 예배 전부터 분주한 분위기였다. 입구에서는 ‘웰컴팀’ 교사들이 아이들을 손수 맞이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일일이 손 소독제를 뿌려줬다.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헌금 바구니에 봉투를 넣고 자리에 앉았다.

100주년기념교회 유아부 어린이들이 교사의 도움으로 노아의방주 만들기를 하고 있다.

예배가 시작됐다. ‘주님의 사랑 예쁜 아이야 떠나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며 율동을 따라하는 아이들 모습에 마스크 사이로 번지는 부모들의 미소가 엿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이런 장면을 오래도록 기다려 왔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날 설교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였다. “누가 뭐래도 믿음을 지킨 노아처럼, 하나님 나라를 잘 지키고 돌볼 거예요.” 유아부 담당 하은영 전도사의 설교 메시지에 아이들은 옆 친구와 새끼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이어지는 반별 활동 시간. 노아의 방주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이었다. 저마다 가위로 종이에 그려진 방주를 오린 뒤, 그 안에 동물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나갔다. 자연스럽게 동물 맞히기 놀이도 이어졌다. 언제 2년 여의 공백이 있었느냐는 듯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이 시간에 흠뻑 빠져든 것 같았다. 가르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건영(28) 교사는 “유아부 예배는 어린이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고백했다.

이날 출석한 아이들은 56명. 지난 주와 더불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다 출석 인원을 찍었다. 코로나 때 평균 출석(25명)의 2배가 넘지만, 코로나 직전 평균 출석(100명선)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5년차 유아부 교사를 맡고 있는 곽안나(49) 집사는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 출석률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 같아서 교사 일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이미 주보와 교회 포스터를 통해 유아부 교사를 더 모집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겪게 되는 교사 부족 현상은 다른 교회들도 비슷하게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100주년기념교회 유아부 교사들이 예배를 드리기 전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

하 전도사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준비해야 할 게 많아지겠지만, 이 정도는 거룩한 부담감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더 많은 봉사의 손길이 이어져서 유아부 예배가 코로나 이전처럼 활기를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은정 인턴기자,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