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증시 호황을 이끌었던 아마존 넷플릭스 네이버 등 국내외 대형 성장주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내놓으며 ‘고난의 행군’에 돌입했다. 일각에선 저금리 시대의 종말 속에 수년간 이어진 기술주 불패신화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등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MSCI 세계성장지수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고점에 비해 22% 이상 내려와 약세장 진입이 공식화됐다. 약세장은 이전 최고치에 비해 주가가 20% 이상 하락한 경우를 일컫는다.
4월은 성장주의 무덤이었다.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지난 29일 4.17% 내렸고 지난달 전체로 보면 12% 하락했다. 이는 2008년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시가총액 3위인 아마존은 지난달 29일 하루 만에 14% 이상 내렸다. 아마존과 알파벳은 4월 한 달 동안 각각 23.8%, 18% 폭락하면서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나스닥 대장주인 테슬라 주가는 ‘천슬라’ 칭호를 반납하며 다시 90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국내 빅테크 대표격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날 코스피지수가 0.28% 소폭 하락한 가운데 각각 1.92%, 2.89% 내리며 하락장을 이끌었다. 네이버 시총은 지난해 말 62조926억원에서 46조원으로, 카카오는 50조1508억원에서 38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시총 순위도 보통주 기준으로 각각 3위, 5위에서 5위, 8위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성장세 둔화는 실적으로 확인되는 분위기다. 네이버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301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5%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아마존 주가 폭락은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는 실적 발표에 따른 것이었다. 구글의 1분기 매출은 23% 증가했지만 이는 202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었고, 순이익은 8.3% 감소했다. 애플은 공급망 차질로 2분기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라 외부 활동이 증가하며 언택트 수요가 줄어든 것이 실적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년 만에 봉쇄가 해제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봉인되었던 컨택트 수요 회복이 일시적으로 언택트 사업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고물가 시대 본격화로 대형 기술주들의 비용 부담에 따른 적자 전환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도 실적 부진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이다.
성장주 하락이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성장주 10년 상승세의 바탕이 됐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되돌아오긴 힘들기 때문이다. 아고너트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 배리 노리스는 “과거 주식시장이 매도세에 몰릴 때마다 중앙은행이 개입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중앙은행들이 (시장을) 구하러 오지 않을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