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룡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 역량을 폄하하는 주장들이 제기돼 상당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 직접수사가 필요한 근거로 경찰 수사 역량이 거론되자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청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찰 수사는 잘못됐고 검찰 수사는 완벽하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을 경찰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것”이라며 “일선 수사 경찰관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자긍심을 훼손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과 검찰은 서로 역할을 분담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해 기소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 경찰이 짧은 시간 내에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검찰의 보완 수사를 통해 추가로 밝혀낼 여지도 충분히 있다”며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입장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은 지난달 “만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상태였다면 경찰에서 확보한 증거만으로 기소해 무죄 판결을 받았거나 증거 부족 무혐의 처분을 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은 언론에 배포했었다. 검찰 수사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경찰 수사의 부족함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앞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경찰이 단순 변사 종결한 것을 검찰에서 밝혀냈다는 일부 주장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한 바 있다.
또 경찰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검수완박 입법이 완성되더라도 경찰 수사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청장은 “다양한 견제와 통제 장치는 그대로 있기 때문에 실제 경찰 수사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 인력과 예산 등 인프라 확충은 시급한 과제로 언급됐다. 김 청장은 “검찰의 직접수사가 줄어들면 경찰의 수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치들이 시급하게 이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공포되면 경찰은 내부적으로 관련 TF를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4개월의 법안 시행 유예기간 동안 인력과 예산 확충 문제를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경찰 수사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 청장은 “아직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경찰은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권한 분산을 통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