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랑상품권을 사려고 아침부터 일찍 나왔는데 결국 실패했네요.”
박하늘(36·여)씨는 2일 오전 8시50분쯤 강원도 춘천의 한 농협 앞에 춘천사랑상품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오전 9시 정각에 농협 문이 열렸지만 대기 줄이 워낙 길어 농협에 들어간 시간은 9시8분쯤이었다. 그가 대기 번호표를 뽑았을 때 대기인원은 66명이었다. 1시간 지났을 무렵 농협 직원은 대기하던 사람들에게 “상품권이 모두 판매됐습니다”라고 판매 마감을 공지했다.
박씨는 “전날에도 아이들 학원비에 쓰려고 모바일 상품권 구매에 도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오전 9시가 되기 전부터 앱을 열고 접속을 시도했는데 정각이 되자마자 ‘판매 완료’가 표시돼 허탈했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2019년 도입한 춘천사랑상품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매월 판매하는 모바일 상품권은 22억원, 종이상품권은 11억원이다. 개인 구매 한도는 모바일과 종이 각각 20만원씩 40만원이다. 할인율은 10%로 40만원을 36만원에 살 수 있다. 발행 규모는 2019년 27억원, 2020년 450억원, 지난해 550억원, 올해 480억원이다.
상품권은 대형마트와 유흥업소 등을 제외한 음식점과 미용실, 의류점 등 관내 대부분의 자영업소에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매달 지출하는 학원비도 낼 수 있어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김아영(42‧여)씨는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상황에서 상품권 10% 할인은 가뭄의 단비 같다”며 “하지만 종이 상품권은 9시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가 없고 모바일 상품권 구매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모바일상품권은 매월 1일 오전 9시 제로페이 앱을 통해 판매한다. 그러나 높은 인기로 인해 판매 시작과 동시에 ‘판매 완료’가 뜨기 일쑤다. 매달 첫 평일에는 관내 금융기관에서 종이 상품권을 판매한다. 판매 날에는 농협과 신협, 새마을금고 앞에 문이 열리기 전부터 구매 행렬이 이어진다.
한 농협 직원은 “매월 첫날 오전 시간에는 종이 상품권을 판매하느라 다른 업무를 전혀 보지 못한다”며 “상품권을 구매하려면 늦어도 10시 전에 와서 줄을 서야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