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플렉스 한 5일 간의 MZ세대 신앙 축제 ‘무엇을 남겼나?’

입력 2022-05-01 16:35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크리스천 청년들의 신앙과 삶에 지향점을 제시하고 회복을 응원하는 영적 축제 ‘청년다니엘기도회 X 갓플렉스 시즌3’가 지난 29일 5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년 1개월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지난 18일 이후 기독교계가 마련한 첫 번째 초교파 크리스천 청년 집회로 기록된 이번 행사는 앞으로의 청년 사역 방향에 적잖은 의미를 남겼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청년다니엘기도회X갓플렉스 시즌3' 참가 청년들이 현장 집회가 열린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머리 위로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년다니엘기도회 제공

가장 중요한 점은 집회를 통해 코로나19로 잔뜩 위축돼 있던 청년들이 다시금 자신의 신앙을 일깨우고 서로의 신앙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지민(27·울산갈릴리교회)씨는 친구와 함께 28일 집회 현장을 찾았다. 그는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참여했던 청년집회에 직접 참석해보고 싶어 휴가를 내고 오전 일찍 서울행 KTX를 탔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기에 주일 예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월요일만 되면 눈치를 봐야했던 나날이 생생하다”며 “오늘만큼은 온 힘을 다해 찬양하고 기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집회가 진행된 5일 동안 전국 2700여개 교회에선 저마다의 공간을 마련해 온라인으로 영적 교제를 나눴다. 유튜브 실시간 채팅창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한다’ ‘내 뜻보다 크신 하나님의 계획을 집회를 통해 깨닫는다’는 댓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온라인으로 집회에 참여한 한 청년은 ‘하나님이 나를 만나 주시길 간절히 기도하며 기다려 왔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청년다니엘기도회 X 갓플렉스 시즌3'에 참석한 청년 크리스천들이 집회 후 예배당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 기도모임을 갖는 모습. 청년다니엘기도회 제공

오후 10시를 기점으로 집회는 서서히 마무리됐지만 기도의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집회가 열린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예배당 입구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뒤로 하고 삼삼오오 둥글게 모인 이들의 기도 소리가 로비를 채웠다. 집회에서 받은 은혜를 품고 자신들만의 기도 자리를 만든 청년들이었다. 최미현(32·오륜교회)씨는 “현장에서 들은 메시지를 서로의 시각으로 공유하기도 하고 기도 제목도 나누면서 ‘식어가던 예배자’에서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예배자’로의 전환을 바라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함께 기도하던 이동현(29·오륜교회)씨는 “줌(zoom)으로 참여하던 것에서 현장으로 나와 집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간절히 바라던 ‘신앙과 예배의 회복’이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시대에 발맞춰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캠퍼스 현장에서도 청년 사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수전도단에선 충북 충주 건국대 글로벌캠퍼스, 전남 광주 조선대 등 동아리방에 모여 이번 집회를 참여했다. 박창현(예수전도단 한국대학사역) 간사는 “위기의 시대에도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세대가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한 주였다”며 “더불어 캠퍼스 선교단체가 한국교회와 함께 호흡하고 연대할 수 있어 기뻤다”고 전했다.

제주 지역에선 이번 집회를 기점으로 청년 연합수련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문경욱(제주누리교회) 목사는 “제주도 청년연합 사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삼다청’ 중심으로 코로나19 직전에 500여명이 청년들이 모여 예배하는 역사적인 집회를 열었는데 그때의 감동을 올해 다시 재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은혜와 교제의 회복에 그치지 않고 이웃을 위해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에 청년들이 마음을 모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집회 때마다 뇌병변장애인 작사가 이석희 형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미혼모, 발달장애를 앓는 김세민 형제 등을 위한 ‘사랑의헌금’이 모였고 청년들의 사랑은 5일 만에 1억5000만원이라는 사랑의 물결이 됐다. 이웃 섬김의 마음은 수술비 치료비 위기가정 등 107명의 청년들을 지원하는데 흘려보내졌고 2차로 188명의 ‘사랑의헌금 지원’ 신청자를 심사 후 향후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청년다니엘기도회X갓플렉스 시즌3'에 참석한 청년 크리스천들이 현장 집회가 열린 서울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함께 찬양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다니엘기도회 운영팀장 주성하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 중단되거나 크게 위축됐던 지역 교회 청년부 교역자들로부터 ‘집회 후 청년부 예배를 재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며 “예배에 나오지 않던 청년들로부터 현장 예배에 다시 참석하겠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또다른 감격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다니엘기도회 운영위원장 김은호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교회 청년 연합집회가 사라지다시피 한 상황에서 MZ세대들이 오랜만에 함께 수련회를 한 셈”이라며 “이번 집회가 이 시대의 MZ세대 크리스천과 교회의 온전한 회복을 도울 수 있는 선한 도구로 쓰임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이 분명 기뻐하실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전 세대의 신앙 회복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맡겨진 한국교회의 사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