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 알리 등 남성 복싱 영웅들이 경기를 했던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복싱 경기가 메인 이벤트로 열렸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트웨이트급 세계 챔피언 케이티 테일러와 도전자 어맨다 세라노는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맞붙었다.
난타전 끝에 아일랜드 복서 케이티 테일러가 판정승을 거뒀다. 그는 21승 전승 행진을 이어갔다.
세라노는 경기에서 졌지만 역사적인 첫 무대에서 선전했다.
이번 경기는 여성 복싱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기로 평가받았다. 표가 매진될 정도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BBC “여성 복싱에 큰 획 그었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지난 1971년 전 세계를 흥분시켰던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세기의 대결’이 열리는 등 당대의 복싱 스타들이 맞붙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성 경기가 메인 이벤트로 열린 적은 없었다.
로이터는 “이날 경기는 여성 복싱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여성 복싱의 선구자 크리스티 마틴이 경기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아일랜드 출신 복서 테일러의 이번 경기를 조명하면서 “그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복싱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BBC에 따르면 영국 등 등 여러 국가에서 여성 복싱은 오랫동안 금기시됐다. 여성 복싱은 영국에서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허용됐다.
여자 복싱 아마추어 챔피언을 지냈던 제인 쿠치는 고국인 영국에서 프로 경기를 치르려 했다. 하지만 프로 데뷔를 불허 당하자 소송을 통해 지난 1998년 겨우 영국의 첫 여성 프로선수로 허가를 받았다.
영국복싱협회는 당시 “여성은 복싱을 하기엔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경기를 허용하지 않았다.
여성 복싱에 대한 시선은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케이티 테일러는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권투 경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6년 프로로 전향한 후 영국의 여성 복싱을 개척해왔다고 BBC는 전했다.
쿠치는 “이번 경기는 사상 최대의 대결이면서 거대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