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재원 ‘핵’된 초과세수? 文·尹정부 채무상환보다 추경 활용 ‘눈독’

입력 2022-05-02 06:00 수정 2022-05-02 06:00

30조원대로 예상되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의 재원 마련 방안으로 ‘초과 세수’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주요 재원 마련 방안으로 꼽혔던 지출 구조조정이 간단치 않고, 적자 국채 발행은 부담되는 상황에서 상반기 세수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즉시 세입 전망을 수정하고, 초과 세수분을 미리 추경안에 반영하려고 한다면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초과 세수분은 오는 12월 세수 실적까지 봐야 확정된다. 그런데 현시점에서는 세수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으며, 초과세수를 추경이 아닌 국가채무에 상환하는 데 써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야당 국회의원 시절 이 두 가지를 줄곧 주장해왔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국세는 70조원이 걷혀 전년 동기 대비 12조2000억원 늘었다. 통상 2월의 국세수입 진도율(16.9%)보다 빠른 20.4%(이연 세수분 제외하면 18%)를 기록해 초과 세수 예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성장해 법인세수 호조가 예상된다. 고용 여건이 회복되면서 소득세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이와 연동된 부가가치세가 더 걷힐 것으로도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세입경정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세입경정이란 예산 편성 시 예상한 세입이 경제 여건의 변화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될 때 세입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추 후보자는 세입경정 방침을 묻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향후 세목별 증감요인 등을 면밀히 짚어보고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추경에서 반영할 초과 세수 규모가 10조~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전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세수 추계는 내부적으로 짚어보고 있지만,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고 해도 이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지 말지조차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세입 상황이 좋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초과 세수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새 정부가 전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맞다. 문제는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 모두 초과 세수를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초과세수로 국가채무를 갚아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추 후보자는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미래의 국민부담인 국가채무부터 상환하는 게 재정운용의 기본인 만큼, 정부는 추경 편성 유혹에 빠지지 말고 초과세수를 통해 국가 채무 상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세수실적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및 금리 인상 등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큰데, 현시점에서 정부의 연간 세 수입 전망을 올리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해 6월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최소한 3분기까지 가야 세수를 확정적으로 알 수 있다”며 “지금 세수가 더 걷힌다고 해서 세입경정을 하고, 이것을 기초로 추경하겠다는 것은 신중한 재정 운용 당국자 입장인지 문제제기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입을 바탕으로 지출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지출 예산에 맞춰 세수 추계를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세수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면 세입경정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마치 지출 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재원 마련 방안으로 세입경정을 고려하는 등 거꾸로 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