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의 대가 하종현(87) 개인전이 베니스의 베비라콰 라 마사 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공간 ‘팔라제토 티토’에서 열리고 있다.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전 개막일에 맞춰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픈한 전시는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지낸 김선정씨가 기획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1970년대 중반 태동한 단색화는 한국의 대표하는 미술로 국제무대에서 지속적으로 호출되고 있고 특히 2012년 이후 미술시장에서 주류로 부상하며 현재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통상 베니스비엔날레에 맞춰 열리는 전시들이 작가의 최근작을 중심으로 꾸려지는 것과 달리 하종현 개인전은 회고전 형식이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전시에는 최근 서울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과 같은 계열의 최신작뿐 아니라 단색화에 착륙하기까지 고군분투했던 여정을 볼 수 있는 앵포르멜 시기, 실험미술 시기 등의 작품이 두루 나왔다.
구체적으로 ▲1967-1968년 사이의 전통적 요소가 부각되는 〈탄생〉 연작과 도시화의 현상을 포착한 〈도시계획백서〉 연작 ▲1960년대 초반의 앵포르멜(Informel) 회화 작업, 1969년부터 AG 활동에 주력한 시기의 작업, 그리고 초기 〈접합〉 연작 ▲〈접합〉 연작의 전개과정을 포착한 199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의 작업 ▲2008년부터 2012년까지의 〈이후 접합〉 연작 ▲2020년 이후의 작업과 본 전시를 위해 제작된 신작 등을 아우른다.
김씨는 “하종현 작가는 재료와 물성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을 평생 지속해왔다.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그의 60년 화업의 주요 지점들을 관통하는 구작 및 신작 20여 점을 엄선한 회고전 형식의 이번 전시는 시대별로 발현된 작가의 비정형적 매체와 독특한 기법, 그리고 창의적인 실험정신을 일괄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베비라콰 라 마사 재단은 1899년부터 베니스 현지에서 현대미술을 소개하고 있는 비영리 문화 재단으로 세계적인 작가인 윌리엄 켄트리지, 알렉스 카츠 등의 전시를 했다. 베니스=글·사진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