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철, ‘군복무·대학원’ 4개월 겹치는데 휴가는 ‘딸랑’ 10일 썼다

입력 2022-05-01 12:16 수정 2022-05-01 12:22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학원 석사과정과 군 복무 기간이 4개월 겹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군 복무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병행했다고 신고한 1982년 3월부터 6월까지 휴가를 단 10일 밖에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후보자는 군으로부터 수학·연구를 허가 받은 ‘군 위탁생’ 신분이 아니었던 것도 드러나 ‘군 복무 특혜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아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김 후보자를 둘러싸고 병역 특혜 의혹까지 더해지는 형국이다.

김 후보자는 1982년 3월부터 1984년 2월까지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다녔다는 이력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또, 김 후보자는 1980년 2월 23일부터 경기도 양주에 있는 25사단에서 장교로 군 복무를 시작해 1982년 6월 30일 중위로 제대했다는 병적증명서를 냈다.

이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1982년 3월부터 6월 30일까지 4개월 동안 양주에서 군 복무도 하면서, 석사과정 첫 학기를 다닌 것이 된다.

김 후보자를 둘러싸고 ‘군 복무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김 후보자는 1981년 12월 3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 25사단 부관부에서 행사와 의전을 담당하는 상전 장교로 근무했다.

김 후보자가 복무했던 육군 25사단은 경기도 양주 지역을 관할하는 부대다. 한국외대는 서울에 위치해 있다.

현재 양주에서 서울까지는 차로 1시간 10분 가량 소요된다. 도로 사정이 지금보다 열악했던 1980년대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가 이런 물리적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고 군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동시에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군인이었던 김 후보자가 제대로 대학원 첫 학기 수업을 들었다면 수 차례 휴가를 내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부대가 있던 양주에서 학교가 있는 서울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위수 지역을 무단으로 이탈했거나, 군 또는 대학원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는 군 생활과 대학원 공부를 동시에 수행한 약 4개월 동안 휴가를 단 한 차례만 사용했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1982년 25사단에 근무할 당시 휴가계.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육군이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 후보자는 1982년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휴가를 신청했다. 행선지는 경남 마산으로 보고했다.

한국외대가 위치한 서울이 아닌, 본인의 고향인 마산을 방문한 것이다. 김 후보자가 만약 휴가 도중 서울을 방문했다면 휴가지를 허위로 보고한 셈이 된다.

김 후보자는 그해 3월 이후에는 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6월에 전역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군 복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대학원 첫 학기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지 않고 석사학위를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다가 김 후보자는 당시 ‘군 위탁생’ 신분도 아니었다.

군 위탁생이란 군으로부터 국내외 교육기관 및 연구기관에서 수학하거나 연구를 하도록 허가 받은 군인을 뜻한다.

만약 김 후보자가 군 위탁생이었다면 ‘군 위탁생규정’에 따라 군 복무와 대학원 수업을 합법적으로 병행할 수 있었다.

다만 육군은 서동용 의원실에 “김 후보자는 인사 기록상 군 위탁생 선발 사실이 없다”며 “(김 후보자의 대학원) 교육은 군 위탁생 규정 및 군 위탁생규정시행규칙에 의해 선발된 교육과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군 위탁생은 사관생도를 포함한 장기복무 군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김 후보자는 애초에 후보군도 아니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안경을 벗고 있다. 뉴시스

김 후보자 측은 “장교로 군 복무를 하던 중 전역을 약 3개월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 지휘관에게 보고를 하고 대학원 석사과정 1개 학기를 수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업과 시험은 대부분 보고서 제출로 대체했고, 3개 과목을 수강해야 했지만 2개 과목만 등록해 수업을 최소화했다”며 “학기 시작 당시 열흘 정도 휴가를 내고 대학원 개학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측은 “당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장교의 경우 사회적응 등을 위해 지휘관의 허락을 받아 취업 인터뷰 등 사회진출 준비를 했던 관례가 있었다”며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국민들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김 후보자의 군 복무 시절 대학원 진학과 관련해 군 기관의 정식 승인이 없었음이 확인됐다”며 “김 후보자는 당시 휴가를 사용해 개학 준비를 했다고 해명했지만 휴가 목적지는 학교와는 무관한 경남 마산 지역이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김 후보자는 당시 관례상 장교의 경우 사회적응 등을 위해 지휘관의 허가를 받아 대학원 진학이 가능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는 본인 스스로 특혜를 받았음을 자백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교육부 장관 후보로 부적절한 인사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최승욱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