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화예술회관(문예회관) 개관 시기가 내년 3월로 또다시 늦춰졌다.
당초 개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난해 말 새롭게 변신한 공연장을 열기로 한 문예회관이 2년 가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자 지역 공연 업계와 문화 향유에 목말라온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역 공연기획사 등은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하반기 공연 재개 등을 한껏 기대해왔으나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문예회관은 “다음 달부터 500여 석 규모의 소극장 구조변경에 착수하는 등 재개관을 위한 공사를 이어간다”고 1일 밝혔다.
1991년 문을 연 문예회관은 개관 30주년을 계기로 낡고 노후한 공연장 설비 등을 교체하는 대대적 리모델링 절차를 진행했다. 설계용역 등을 거쳐 2020년 하반기 본격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천장에서 분진이 떨어지는 등 정상적 공연이 어렵게 되자 전면적 개보수 공사를 거쳐 문화공연을 위한 공연장 등을 환골탈태시키기로 했다. 1만3700여㎡(1722석) 대극장, 4800여㎡(504석) 소극장 객석과 벽체, 천장, 공조 시설, 무대장비, 음향설비 등을 교체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국비 20억원과 시비 229억원 등 249억원을 들여 지난해 말까지 전면적 개보수 공사를 마치기로 했다. 대극장과 소극장 공사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 수준 높은 문예회관 공연이 끊임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시 종합건설본부가 주관하는 개보수 공사는 오는 9월로 개관 시기를 한차례 조정한 데 이어 다시 내년 3월로 일정을 또다시 연기해 실망감을 주고 있다.
현재 문예회관의 심장인 대극장 공정률은 50%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소극장마저 다음 달부터 공사에 들어가면 광주의 대표적 문화공연 장소인 문예회관은 완전히 문을 닫게 된다.
문예회관과 시 종합건설본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이유로 꼽았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각종 장비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극장에 설치할 음향설비를 위한 건축 자재 등의 공급이 막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동안 대극장 등의 재개관을 애타게 기다려온 지역 공연계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극장까지 공사에 착수하게 되면서 광주지역에만 최대 2300여석의 공연장이 한동안 관객을 맞지 못하는 ‘대관 대란’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예회관의 공백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빛고을시민문화관 등이 힘겹게 메우고 있으나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발생한 화정아이파크 신축건물 붕괴 사고도 걸림돌이다. 광주지역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이 강화되면서 대극장의 높은 천장에 달게 될 각종 조명과 무대장치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공정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하경완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은 “공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극장과 소극장 공사 시기를 조절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다”며 “하루 빨리 공연이 정상적으로 재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