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강행에 국회 대혼란…고성과 삿대질 ‘아수라장’

입력 2022-04-30 18:17
국회부의장인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앞서 사회 교대에 자신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박병석 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가운데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주말인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아수라장이 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기 위해 나선 국민의힘 의원들과 본회의장에 들어서려는 박 의장 측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며 부상자도 발생했다.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한 국민의힘은 이날 총회를 마친 뒤 일제히 국회의장실 앞으로 이동했다.

7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권력비리 은폐시도 검수완박 반대한다’ ‘특정세력 비호하는 민주당은 각성하라’ ‘국민독박 재인대박 검수완박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검수완박 입법을 반대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의장실을 두드리며 “국회의장이라는 분이 이렇게 비겁하게 숨느냐”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항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박 의장이 오후 4시9분쯤 국회의장실에서 본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다쳐 구급대원에 의해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배현진, 허은아, 양금희, 김웅, 황보승희 의원 등이 박 의장을 보호하고 나선 의장실 관계자들과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의장실 바로 앞줄에 앉아있던 여성 의원들이 의장실 직원들에게 밟혀 다쳤다고 밝혔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넘어지면서 밟힌 다리 탓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허은아 의원은 다리를 밟혀 종아리가 빨갛게 부어오른 사진을 공개했다. 황보승희 의원도 발목에 멍이 들어 병원으로 향했다.

오후 4시 개의 예정이던 본회의는 결국 23분 늦게 시작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은 재석 177석 중 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임시회 회기 결정의 건’이 처리된 후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단상에 올랐다. 배 의원은 통상 의원들이 발언 전 진행하는 의장에 대한 인사를 생략했다.

배 의원은 “무소속이어야 할 국회의장이 노골적인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회 자살행위를 방조한 것에 대해 저는 국민의 뜻에 담아 항의의 뜻과 함께 인사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국회 본회의 시작 전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에 항의 방문했으나 박 의장이 면담을 거부한 것을 언급하며 “저희가 제발 멈추라고 했는데도 (박 의장이)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고 구둣발로 여성들을 걷어차며 국회의장석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의 설전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당신이 얘기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며 박 의장을 향해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양 의원의 상태에 대해 진단서를 발급받은 뒤 정확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할 계획이다.

박 의장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성 의원 일부가 다쳤다고 말했다”며 “진상을 조사하고, 일단 그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맞불을 놨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국민의힘을 겨냥해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형사소송법이 본회의에 상정된 이후인 오후 4시58분부터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됐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섰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자정에 자동으로 끝날 예정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