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자가 돼 달라”고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의 수혜자가 아닌 거부권자가 돼야 한다. 인의 장막에 숨지 말고 면담 요청에 응해달라”며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지난 29일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 느껴진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유체이탈,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검수완박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도 저는 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171석 민주당이 단 한 번의 공청회, 토론도 없이 국회법 절차와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위배하며 국민 반대가 거센 검수완박 악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백번 양보해 청와대 이전이 백년대계라면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을 고치는 문제는 천년대계”라며 “국민청원이 민심 왜곡, 국민 분열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마지막 청원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남녀노소와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 형사·사법시스템은 충분히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숙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민주당은 공청회, 토론회 한 번 없이 국회법 절차와 국회선진화법 정신을 유린하면서 국민 반대가 거센 검수완박 악법을 강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거듭 요청한다. 지금의 사회적 혼란과 헌법 파괴 막을 의무가 있다. 검수완박의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절차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권한쟁의심판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도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검찰 정상화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한다면 국민도 인정하고 결국 역사가 평가하게 될 것”이라며 “한마음 한뜻으로 소임을 완수해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검수완박 입법 절차를 차질없이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합의한 안을 국민의힘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법안에서 뺐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지만, 정작 중수청 설치를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는 보이콧하는 정치적 이중쇼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파기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대국민 사과는커녕 법사위원장석 점거와 의사봉 탈취 등 국회 선진화법을 무너뜨렸고, 가당치 않은 국민투표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법사위까지 불법적으로 막은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잠시 후 본회의에서 검찰청법을 시작으로 다음 주 형사소송법까지 처리해 나가면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던 특권 검찰시대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은 비정상적 검찰을 정상적 검찰로 복원하게 될 것이고, 국민의 검찰이 새로 태어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실로 역사적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검수완박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한 데 대해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나 국민의힘의 하명을 처리하는 흥신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검찰 정상화라는 국민과 역사의 명령 앞에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아무리 저항해도 당랑거철(螳螂拒轍)의 무모함에 비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랑거철은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막는다는 뜻으로, 자신의 힘을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비는 형국을 일컫는 사자성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처리하고 이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이번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로 단축하는 회기 조정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결국 국민의힘이 지난 27일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를 신청해도 30일 밤 12시 자동 종료되고, 다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5월 3일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이후 문 대통령 주재 정기 국무회의 혹은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최종 처리할 계획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