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우리은행 ‘614억’ 횡령범 “죄송합니다”

입력 2022-04-30 14:42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은행에서 614억원을 횡령한 직원이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직원 A씨는 30일 오후 1시40분쯤 서울중앙지법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횡령액을 다 쓴 것이냐’, ‘자수한 이유가 무엇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고개를 숙인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A씨는 2012년∼2018년 3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약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로 지난 28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그는 우리은행에서 10년 넘게 재직한 차장급 직원이다. 횡령 당시 구조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 있었고 최근까지도 이 부서에서 업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 공시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미상의 계좌로 빠져나간 돈은 614억5214만6000원(잠정)이다. 빠져나간 시기는 2012년 10월 12일, 2015년 9월 25일, 2018년 6월 11일이었다. 마지막 인출 뒤 해당 계좌는 해지했다고 한다.

횡령금 대부분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578억원)이다.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 주관사이자 주채권은행이었다.

회삿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리은행 직원 A씨가 30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A씨가 횡령한 돈 상당 부분을 주식투자 등에 쓴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또 A씨의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을 파악하던 중 횡령금 일부가 A씨 동생의 사업 자금으로 흘러간 단서를 포착해 전날 같은 혐의로 A씨의 동생도 체포했다.

A씨 동생은 뉴질랜드 골프장 리조트 개발사업을 추진하다 80억여원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액 614억원 중 A씨는 500억 가량, 동생은 100억가량을 나눠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씨 동생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A씨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늦은 오후에 나올 예정이다.

금융감독원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우리은행에 대한 수시감사에 착수했다. 우리은행은 “해당 직원 고발 조치와 더불어 발견 재산 가압류 등을 통해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손실 금액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