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MB사면 찬성 많아”… ‘뇌물·횡령 사면 없다’ 약속 깰까

입력 2022-04-30 07:17 수정 2022-04-30 07:44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반대 등 국민청원 답변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국민청원에 직접 답변하는 것은 지난 4주년 특별답변(2021.8.19.) 이후 두 번째이며, 287번째 청원 답변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국민 청원 답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에 대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면서도 사면 가능성을 일정 부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 탓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낸 대선에서 뇌물·횡령 등 ‘중대 부패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회삿돈 횡령 혐의와 삼성그룹으로부터 미국 소송비 등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을 확정 받은 만큼, 사면할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후폭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씨 사면 반대’ 국민 청원에 직접 답변하면서 “아직은 원론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 정의와 국민 공감대를 잘 살펴서 판단하겠다”고 했다. 사면 찬성 의견도 많다는 발언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청원인은 정치부패 범죄에 대한 관용 없는 처벌의 필요성과 함께 (이씨가) 아직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며 “청원인과 같은 의견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 반면에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사면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반대 청원에는 35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정치권 안팎은 문 대통령이 다음 달 8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정·재계 등의 거물급 인사에 대한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할지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종교계와 재계 등에서는 이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는 “그분들에 대한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며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사면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간담회와 청원 답변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에는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죄질 등을 감안하면 사면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좀 더 힘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하면 2017년 대선에서 공약한 사면 원칙을 어겼다는 지적도 불거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는 사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진영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다 처벌받은 ‘정치범’과 달리 ‘사익 추구형’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도 사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