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대 진영에 대해 “명백한 선거 개입을 하고 있다”고 맞붙고 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잇따른 지방 행보가 선거 유세라고 지적했고, 당선인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 이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것이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 종료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신·구 권력간 충돌 양상이 6월 지방선거 판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민주 “尹, 후보들과 지역 투어…중립 의무 지켜야”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29일 윤 당선인의 최근 지역 방문에 대해 “당선사례를 빙자한 지역 투어는 명백한 선거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신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당선자(방문)는 ‘당선 후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목이지만 6·1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전국을 도는 모습이 ‘민생 행보’로만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어 “윤 당선자는 국민의힘 시·도지사 후보들과 동행하며 선거유세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어제 윤 당선자는 충남을 방문해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를 곁에 세워두고 ‘충청의 아들’, ‘저희 집안이 충청에서 뿌리내린 집안’ 등의 발언을 했다”면서 “대전에선 국민의힘 이장우 대전시장 후보를 대동해 사진을 찍는 등 사실상 지원 유세를 했다. 사실상 선거운동”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선자 신분이라 당장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당선자의 모든 활동은 국고로 지원된다”며 “대통령에게 엄정하게 요구되는 선거 중립 의무에서 자신은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 당선인’을 공무원의 범주에 포함하기 위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성호 의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는 “대통령 당선인의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공무원이 될 것이 확정적이며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한편 각종 예우를 제공 받고 있어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지위를 고려할 때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의무는 당위적 의무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적에 “억지 네거티브 공세”라고 맞섰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이야말로 작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하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2020년 2월에는 총선을 앞두고 부산·충북·충남·대구를 찾았고, 총선 직전엔 상대적으로 민주당 열세 지역인 구미·강릉을 방문하는 등 그야말로 선거 개입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허 대변인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의 지역 방문은 민생 행보이고, 윤 당선인의 지역 방문은 선거운동인가”라며 “억지 네거티브 공세를 멈추고 정치의 품격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尹측 “文, 떠나기 직전까지 편 가르기”
윤 당선인 측도 임기를 열흘 남긴 문 대통령이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비판한 것과 관련 “제발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보여주시라”고 직격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대위 정세분석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떠나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연일 독한 비난을 해대는 건 살다살다 처음 본다”며 “떠나기 직전까지 정치적 비난을 계속하는 건 심히 불편하다. 이거야말로 마땅치 않다”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는 건가? 대통령 지지율 믿고 퇴임 직전까지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하는 건가?”라며 “한 번도 아니고 연거푸 두 번씩 (집무실) 용산 이전을 ‘불통’이라고 비난하는 건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 말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본인의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소통이고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은 불통인가? 본인이 하면 광화문 시대의 개막이고 윤 당선인이 하면 용산시대의 고집인가? 이거야말로 ‘모순적’”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노골적인 정치적 발언에 집착하는 문 대통령님께 고언의 말씀드린다. ‘제발 아름다운 퇴장의 모습을 보여주시라’”라고 촉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도 “문 대통령은 경호를 핑계로 파기한 청와대 개방 약속을 실천하는 윤 당선인의 노력을 돕는 것이 마지막 도리”라며 “편 가르기를 위한 반대에 집중하며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를 저버리기보다 국민 이익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마지막 대통령으로서 남은 임기 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키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文 또 작심 발언 “尹 집무실 이전, 무척 모순적”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서 7가지 청원에 대해 답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청원 두 건에 대해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이전한다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적이라고 느껴진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JTBC에서 방송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저는 개인적으로는 새 정부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이 된다”라고 쓴소리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