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사이비 종교 전문가들이 한국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예의주시, 참여 금지 단체로 규정된 인터콥(본부장 최바울)이 여전히 신학적 문제점을 갖고 있어 현행 제재를 풀어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교계 일각에서 인터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데에 따른 것이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대표회장 진용식 목사)는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신총회회관에서 ‘인터콥 이단성 특별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발제자로 나선 진용식 서영국(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총회이단대책연구소장) 목사를 비롯해 서한국(예장합동 이단대책위원장) 최삼경(예장통합 전 이단대책위원장) 목사 등이 참석했다.
진 목사는 선교에 있어서 인터콥이 ‘지역의 영’을 대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무속신앙과 다를 바 없는 시각을 가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 목사는 “신사도 운동을 펼치는 피터 와그너는 ‘지역의 영’을 성도들이 대적해야 할 대상으로 봤는데 이는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지신’ 혹은 ‘땅 귀신’의 개념과도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이런 ‘지역의 영’과 관련된 사상을 최바울도 영향받았으며, 그의 저서에서도 지역을 장악하는 악령의 세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피터 와그너와 신사도 운동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참여·교류 금지를 결의한 바 있다.
진 목사는 또 “특정 지역을 장악한 사탄·마귀의 세력이 있다는 관점은 복음 전도를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긍휼한 마음으로 다가가는 의미로 보지 않고 지역 귀신을 쫓아내는 ‘땅 밟기’와 같은 무속적 행위는 물론 특정 종교 시설(사찰 등)에서 찬양 부르기, 기름 테러 행위 등 매우 공격적이고 무례한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어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각 지역을 장악한 사탄을 쫓아내 예루살렘까지 진격해 들어가면 예수님이 재림한다고 보는 인터콥의 ‘백 투 예루살렘’ 관점도 복음 전파를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와 주권에 속한 것으로 보지 않고, 인터콥 자신들의 기도와 선교, 영적 전투로 이뤄지게 하려 시도했단 점을 들어 비판했다.
코로나19나 백신과 관련해 음모론을 펼쳐온 부분과 극단적 세대주의 종말론을 펼치며 기성교회를 비방해온 점 등도 문제로 봤다. 서영국 목사는 “코로나19나 백신과 관련한 음모론, 이단 사상은 개혁주의 신학 사상으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는 거짓 주장”이라며 “이단 상담을 하다 보면 인터콥 훈련을 받은 신자들이 자신들이 속한 교회가 인터콥에 협력하지 않을 때 선교 사명이 없는, 사욕을 채우는 교회라고 비방하며 인터콥을 지지하는 교회로 이동한 사례도 많이 본다”고 우려했다.
또 “인터콥은 가까운 시간 내에 미전도 종족을 복음화시키면 주님의 재림을 앞당긴다는 긴박성을 매우 강조한다”며 “이런 길을 가지 않는 한국교회 성도와 목회자를 심히 부정적으로 보는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로부터 지적받은 부분을 고치지 않고 오히려 교회를 공격한 점도 문제 삼았다. 진 목사는 “최바울은 자신의 사상을 바꾸겠다고 한 후에도 변화의 징후가 확인된 바가 없다”며 “코로나19나 백신과 관련된 ‘프리메이슨’ 음모론을 그대로 수용하는 등 여전히 자신의 신학적 문제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신을 비판하는 이단 대처 사역자들을 고발, 고소하는 태도를 여전히 고수하는 모습은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신학적 문제점을 통회하고 반성하려는 사람인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 목사는 한국교회에 “최바울의 진정한 반성과 변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제재 해제를 위한 어떤 재론도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인터콥은 현재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에서 탈퇴했으며, 교계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과 군대에 군목을 파송한 9개 교단으로부터 각각 ‘참여 금지’와 ‘군대 내 활동 금지’ 처리된 상태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