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법, 수사 필요할수록 수사 못하는 모순”…檢, 표결 앞두고 호소

입력 2022-04-29 18:19
전국검사장회의가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최현규 기자

검찰이 국회 통과를 앞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수정안에 대해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며 법안의 문제점을 재차 강조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은 ‘수사가 필요할수록 수사를 못하게 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는 것은 공직자·정치인과 일반 국민을 차별 취급하는 처사라고도 비판했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29일 더불어민주당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법안 수정안에 따른 부작용을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검사장)은 간담회에서 “경찰 의견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가 결정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검찰은 시정요구 송치·불법구금 송치·이의신청 송치 사건의 경우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김지용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수완박 수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검사장은 “어떤 사건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하면 그 사건 수사에 부족한 측면이 있어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적극적으로 송치한 사건은 여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고, 경찰이 부실수사했을 수 있는 무혐의 사건에 대해선 추가 수사가 금지되는 모순이 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송치한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를 거쳐 기소된 사건의 수는 연간 2000~2500건, 이에 따라 구속되는 인원은 30명 정도다.

본회의 상정안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 검사장은 “그동안 고소, 신고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시민단체 고발이나 공익신고자 등을 통해 구제 받았는데, 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구제 받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공정거래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전속고발도 이의신청권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들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할수록 검찰 수사에서 제외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했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검수완박 수정안 본회의 통과를 규탄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검은 30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법안 관련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또 전날 검찰 구성원 3000명이 보낸 호소문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대검은 “검찰 직접수사가 가능한 6대 범죄 중 4개를 삭제한 것은 검사의 영장 청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자·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금지한 것은 공직자와 정치인을 일반 국민과 차별 취급해 헌법상 평등 원칙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

대검은 개정안 중 수사를 개시한 검사의 기소권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선 “검찰 제도·기능의 본질 중 하나인 검사의 ‘기소 책무’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소속 검사의 경우 수사·기소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 이유 없이 공수처 검사와 검찰을 차별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부서 현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선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지나친 관여이며, 검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도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검수완박 법안 수정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중앙지검은 관련 자료에서 “시정·불복사건 등 사법 통제가 더욱 요구되는 사건에 대해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축소한 이유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며 “별건 수사 금지는 수정안에 포함됐는데도, 이와 별도로 ‘동일성’ 등 개념으로 추가 수사를 제한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