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에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내용이 빠지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의 새 뇌관이 되고 있다.
논의가 표류하면 중수청이 도입될 때까지만 유지하기로 한 검찰의 부패·경제 분야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라는 민주당의 애초 입법 취지가 흐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추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협조하지 않겠다고 맞서면서 향후 청사진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현행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인 것이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은 법 개정 뒤 1년 6개월 이내에 중수청을 신설해 6대 범죄 수사권을 모두 넘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은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삭제됐다.
민주당은 곧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 논의가 필요한 점을 감안해 관련 내용을 뺐다고 밝혔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본인들도 정부 조직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과 사개특위를 구성해 1년 6개월 뒤 중수청 설립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중수청 도입을 서두르는 게 오히려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일이라는 언급도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가 중수청 빨리 만들자고 자꾸 독촉하는 게 우스울 수가 있다고 의원총회에서 얘기했다”며 “칼자루를 우리가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이제 우리는 칼끝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당선인 혹은 국민의힘 쪽에서 여러 가지 패를 가지고 검찰 특수수사로 하는 게 나을까 혹은 중수청을 빨리 만들어서 하는 게 나을까, 어느 것이 나을까 초이스 중에 하나”라며 중수청 설치가 오히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 측의 선택지를 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에서 중수청을 논의하자는 민주당 방침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재안에 담겨 있는 나머지 무슨 사개특위 구성이라든가 이런 부분도 파기가 됐다”며 “저희는 그 사개특위 구성에 협조할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중재안이 원천무효가 된 만큼 향후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29일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단독으로라도 사개특위 구성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환 대변인은 28일 저녁 “민주당은 국민과 약속한 중수청 설치를 위해 29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사개특위 구성의 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중수청 출범이 이대로 표류하면 검찰의 부패·경제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이 아니라 ‘검수덜박’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인권위원회에서도 민주당이 무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강일원 검찰인권위원장은 2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이해하기 어려운 절차와 속도로,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