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에, 한미 정상회담에…민주당 “지방선거 폭망할라”

입력 2022-04-28 17:32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27일 검수완박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정권교체 이후 가뜩이나 불리한 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인 데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선거 11일 전인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열리는 것도 민주당에게는 불리한 요인이다. 2018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다음 날 열린 6·13 지방선거 때와 정반대 상황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7석 중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해 14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상상마당 광장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당초 이번 지방선거는 ‘망함’으로 예상했는데 검찰개혁 입법으로 ‘폭망(폭삭 망함)’하게 됐다는 의원들이 과반수”라며 “적어도 지방선거까지는 ‘민주당 오만하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식의 독선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이 끝난 지 약 3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다. 1995년 자치단체장 직선제가 시행된 이래 대선과 지방선거 사이의 간격이 가장 짧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5월 10일)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5월 20∼22일) 등 정권 초기 정치적 이벤트가 연달아 열리면 선거 분위기가 저쪽(국민의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26일 경기도의회에서 정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세간의 관심이 온통 ‘검수완박’에만 쏠리면서 지방선거 후보들의 존재감이 희미해진 것도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홈그라운드였던 경기지사 선거마저 불안하다는 얘기가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인물론’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흥행 몰이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전국 선거급인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들이 굵직한 이슈를 주도해줘야 다른 지역의 선거 분위기가 올라오는데, 아직까지는 수도권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는 게 중론”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 전 지사가 윤 당선인을 5% 포인트 이상 격차로 눌렀던 경기도에서도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경기도에서도 자력만으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등 윤 당선인의 결정에 대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