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대선 당시 홍보용으로 운영한 게임에서 몇몇 이용자가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28일 점수 조작으로 이 전 지사에 대한 ‘비방성 단어’를 노출시킨 의혹을 받는 이용자 3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용자들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재밍’을 운영했다. 플랫폼에서는 공약 소개 동영상 외에도 미니 게임도 제공됐다.
이 전 지사 캐릭터를 이동해 장애물을 넘거나 전방의 장애물을 폭파하는 내용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해당 게임의 상위 랭크에는 이 전 지사 측을 비판하는 취지의 닉네임들이 대거 포함됐다.
1위 이용자의 닉네임은 ‘사라진초밥십인분’이었다. 이 전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사용 의혹’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지난 2월 게임 코너에 득점을 조작한 이용자들이 이 전 지사를 비방하는 용어를 닉네임으로 사용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민주당 선대위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의사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헌법상 보장된 한계를 넘는 일탈행위, 범죄행위까지 보호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피의자들을 소환해 범행 동기 및 경위를 예정이다.
이준석 “마음껏 놀라고 게임 만들어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대선 후보 플랫폼 게임에 참여한 이용자들을 민주당이 고소한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선 때 국민들한테 마음껏 가지고 놀라고 게임을 만들어 놓고 게임을 허술하게 만들었다”며 “이용자들이 게임 허점을 이용해 장난을 좀 쳤다고 고소하고 (경찰이) 압수수색까지 하게 만드는 민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청년 세대가 청년다운 방식으로 응수하니 정색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모습이 좀스럽다”고 비판했다.
1위에 올랐던 ‘사라진초밥십인분’ 계정 주인 A씨는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아침에 출근하려고 나갔는데 경찰 4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컴퓨터를 한참 뒤지고 복사본과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했다.
A씨는 “이게 압수수색까지 할 거리인지 의문”이라며 “은근히 압박하며 조서 쓰고 혐의 인정하라기에 너무 머리가 복잡해 경찰서에 출석해 처리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