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툰] ‘산속 14시간’ 실종 4살 구한 어른들

입력 2022-05-01 00:06
오늘은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제정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어린이날은 1927년에 5월 5일로 바뀌었죠. 어린이는 젊은이나 늙은이와 대등한 존재라는 뜻에서 만들어진 말입니다. 오늘 아살세툰의 주인공은 어린이입니다.

지난해 8월 경남 창원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4살 남자아이 A군이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일인데요. 기적은 온 마을 어른들이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애가 누나랑 산책로에서 놀다가 혼자 산으로 올라갔나 봐요. 우리 애 좀 제발 찾아주세요”

A 군이 실종됐다는 신고는 저녁 6시가 넘어 들어왔습니다.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 누나와 함께 놀던 A 군이 사라졌습니다. 경찰과 소방구조대가 현장 수색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아이는 보이지 않았죠.

이제 4살에 불과한 아이가 산 속에서 실종됐으니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실종경보 문자’를 활용했습니다. 늦은 밤이었지만 금세 많은 주민이 모였습니다. 온라인 카페에서도 정보 공유를 하며 아이 찾기에 나섰죠. 온 동네가 아이 찾기에 나선 셈입니다.

경찰과 주민 등 500여 명이 아이를 찾아 나섰습니다. 수색견과 드론까지 투입됐지만 새벽까지 A 군은 찾지 못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렸습니다. 산에는 멧돼지와 들개도 많죠. 아이에게 잘못된 일이 생겼을까 모두 불안에 떨었습니다.

그때 나점심(60세), 정세영(64세) 부부가 A 군을 발견했습니다. 부부는 아이를 찾기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말자는 각오로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손녀 생각이 나서 남 일 같지 않았다는데요. 부부는 번갈아 가며 아이를 안고 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비도 오는데 견뎌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창원시 의로운 시민 감사패를 받은 장세영, 나점심 부부. 뉴시스

부부가 아이를 안고 내려오자 주민들은 힘껏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14시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부부는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감사패를 전한 허성무 시장은 “실종 당일 모든 시민이 아동을 찾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었고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날이 좋아서 야외활동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동 실종 사건·사고의 위험성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어른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글·그림=이유민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