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i4 시승기] 감각적 디자인, 긴 주행거리, 가성비 다잡았다

입력 2022-05-01 07:41
BMW의 전기차 i4의 전면 모습. 이용상 기자

BMW의 첫 준중형 전기차 i4 전면에 있는 거대한 세로형 키드니 그릴은 돼지 코를 닯았다. 반면 그 옆에 있는 슬림한 헤드라이트는 날렵하게 찢어진 매의 눈 같다. 기존 BMW 4시리즈와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그릴이 막혔고, 후면 배기구가 없다는 정도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지난달 29일에 i4 이드라이브(eDrive) 40을 타고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강화도 한 카페까지 왕복 약 150㎞를 주행했다.

BMW의 전기차 i4의 내부 모습. BMW 제공

운전석에 앉자 좌우로 길게 뻗은 중앙 디스플레이가 보였다. 차량 상태와 주행 상황을 보여주는 12.3인치 인스트루먼트 디스플레이, 인포테인먼트 기능이 탑재된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붙어 있었다. 안으로 살짝 휘어져 있어서 화면이 눈에 잘 들어왔다.

핸들을 돌릴 때 다소 묵직한 느낌이었다. 차체가 바닥에 붙어있는 것처럼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코너를 돌 때도 쏠림이 없었다. 두께 110㎜의 초슬림형 고전압 배터리가 차량 아래 장착돼 있기 때문인지 무게중심이 낮게 깔려 있었다. 시속 40~50㎞에서도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었다. 노면 충격이 차체와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서스펜션에 에어스프링을 장착했다고 한다.

가속 페달을 꾹 밟자 몸이 뒤로 확 밀렸다. 이 차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7초다. ‘위잉’하는 가상 배기음이 달릴 맛을 더했다. i4는 작곡가 한스 짐머가 제작한 전기차 전용 가상배기음 ‘BMW 아이코닉 사운드’를 탑재했다. 한스 짐머는 라이온킹,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의 주제가를 작곡한 영화음악 거장이다. 내연기관 엔진음을 부드럽고 신비한 느낌이 들도록 변주한 듯했다. 내연기관차의 가속 페달을 깊이 밟을수록 엔진 소리가 커지듯, i4 배기음이 주는 짜릿함도 속도가 올라갈 때마다 커졌다. BMW는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스 짐머의 새로운 주행음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BMW의 전기차 i4의 외관. BMW 제공

이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야할 때다. i4에는 다른 전기차에 없는 기능이 있다. ‘적응형 회생제동’이 그것이다. 회생제동은 전기차가 감속할 때 발생하는 제동력을 전기 에너지로 바꿔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이다. 대부분 전기차는 회생제동 강도를 운전자가 조절한다. 그런데 i4의 적응형 회생제동은 차량이 스스로 주변 상황에 따라 회생제동 강도를 조절했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앞에 차가 있으면 빠르게 감속해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차가 없으면 내연기관차처럼 제동감 없이 부드럽게 나아간다. 영업소에서 i4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먼저 소개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i4는 국내 출시 전 사전예약에서 이미 3700대를 모두 팔았다. 돼지 코 그릴과 매의 눈 헤드라이트가 웅변하는 감각적인 디자인, 1회 충전 시 400㎞ 넘는 주행거리, 6000만원대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뒷좌석에 앉으면 머리 공간이 협소한 게 아쉬운 점이다.

시승을 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경험했다. 시승차에 자동 시트 조절 기능이 없었다. 운전석과 보조석 의자를 수동으로 조절했다. BMW 관계자는 “시승행사를 위해 자동 시트 조절 기능 없이 우선 초도 물량을 급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