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피의자 보호에 유리할 수 있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강 전 재판관은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찰인권위원회 회의에서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주심을 맡아 20차례 변론을 진행하면서 박 전 대통령 측에 송곳 질문을 던져 화제를 모았었다. 강 전 재판관은 탄핵 심판 결정문의 초안을 주도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전 재판관은 현재 검찰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기 위원회의 첫 안건이 구체적 인권 보호 방안이 아니라 검수완박 입법 논의가 돼 버린 현실에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전 재판관은 “헌법은 국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형사사법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직접 규율하고 있다”며 “형사사법제도에 관한 사항은 인권에 직결된 사항으로 헌법과 헌법정신에 맞게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헌정사를 통해 검찰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소수 권력의 편에 서서 권한을 남용한 어두운 역사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에 대한 반성으로 지난 수년 동안 검찰의 수사권을 대폭 제한하고 기소독점주의도 완화하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제도 개선이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형사사법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입법이 국민 의견 수렴을 배제한 채 국회 다수당의 일방적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의 형사법 개정안은 피의자 보호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피해자 보호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전날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벌였지만 자정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됐다.
박 의장은 오는 30일 새 임시국회 회기를 소집했다. 새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검찰청법 개정안은 필리버스터 없이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간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