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 후 5년이 지나 이른바 완치 판정을 받은 사람이 12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암 생존자는 암 재발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주의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암 생존자와 의료진 모두 암 재발에 주로 신경을 쓰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관리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정미향 교수, 가톨릭관동대 예방의학교실 이상욱 교수 연구팀은 암 생존자의 ‘인슐린저항성 지표(TyG)’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심혈관 당뇨병학(Cardiovascular Diabet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2~2005년 암 진단을 받고 2009~2010년 정기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환자, 즉 5년 이상 생존한 암 환자(15만5167명, 평균 59.9세)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암 생존자의 TyG 지표와 허혈성 심장질환·뇌졸중·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과의 상관관계를 약 10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TyG 지표가 높을수록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TyG(triglyceride-glucose index)는 추가 채혈을 통한 인슐린 검사 없이도인슐린저항성(당이 조직으로 잘 흡수되지 않고 혈액에 존재해 혈당 수치를 높임)을 나타내는 지표로, 최근 이를 이용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TyG 지표를 기준으로 연구 대상을 6개(대조군인 8 미만, 8~8.4, 8.5~8.9, 9.0~9.4, 9.5~9.9, 10 이상)로 구분해 비교했다.
그 결과, TyG 지표 8~8.4 그룹은 대조군과 비교해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이 8%, 8.5~8.9 그룹은 10%, 9.0~9.4 그룹은 23%, 9.5~9.9 그룹은 34%, 10 이상 그룹은 55%까지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TyG 지표가 1 만큼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은 16%씩 증가하고 심혈관질환 중에서도 급성 심근경색증 입원 위험은 45% 상승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허혈성 뇌졸중 같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경화증(혈전 등이 혈관 벽에 쌓여 딱딱해짐)’으로 인한 혈관질환에서 TyG 지표와의 관련성이 더 뚜렷했다.
정미향 교수는 28일 “암 완치 판정 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암 재발에 주로 신경을 쓰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심혈관질환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에 의한 질병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며 “암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 환자들에서는 대사장애에 관한 지표를 잘 살펴, 위험군은 선제적으로 예방·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