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일부 법안을 처리하기 전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32초 동안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故) 김재윤 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의원이 ‘입법로비’ 혐의로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이날 안 의원은 마지막 토론자로 본회의가 산회된 밤 12시 무렵까지 37분간 토론했다. 민주당 두 번째 주자로 나와 강주일 주교(전 제주교구장)의 김 전 의원 관련 미사강론을 읽었다.
안 의원이 읽은 강 주교의 지난해 7월 2일 미사강론에는 이석기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두 사람은 억울한 옥살이에서 해방되리라고 기다렸습니다. 한 사람은 우리 스테파노 형제(고 김재윤 전 의원)이고, 또 한 사람은 통합진보당 소속이었던 이석기 전 의원입니다. 두 사람 다 납득이 가지 않는 부실한 재판과정을 거쳐서 단죄되었고 정권이 바뀌면 진실과 정의가 회복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그냥 소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김재윤 형제는 2018년 8월 형기를 다 채우고서야 풀려났고 이석기 전 의원은 아직도 감옥에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가 칭송하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 세상에 정의가 진실이 바로 세워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참으로 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그냥 소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김재윤 형제는 2018년 8월 형기를 다 채우고서야 풀려났고 이석기 전 의원은 아직도 감옥에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가 칭송하는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교체했지만, 이 세상에 정의가 진실이 바로 세워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참으로 먼 것 같습니다.”
안 의원은 “다시는 김재윤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의 기획수사 사건을 말씀드리면서, 이제 이 야만의 시대가 다시 오고 있는 것을 국민 여러분께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검찰은 검찰개혁에 저항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양심이 있다면 김 전 의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제주도에 있는 김 전 의원 묘비 앞에 가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에서 “최순실-정유라의 공주 승마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에게 처음 알렸다”며 자신이 검찰의 기획수사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의원은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5년 ‘입법로비’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전문학교 이사장에게서 학교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상품권 등 54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2015년 11월 김 전 의원에게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5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