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해진 ‘검수완박’ 필리버스터… 민주 “유감” 국힘 “참담”

입력 2022-04-28 05:15 수정 2022-04-28 10:00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7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안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를 강행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맞대응 카드로 내놓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사실상 무력화됐다. 민주당의 ‘회기 쪼개기’ 전술로 첫 필리버스터는 7시간 만에 조기 종료됐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수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대치 중인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깝고 유감”이라고 했다. 반면 첫 필리버스터 주자였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27일 오후 5시 시작된 국회 본회의에 검찰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상정되자 권 원내대표를 필두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검사 출신의 김웅 의원도 필리버스터에 나서 “검수완박법은 힘없는 서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 부패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라는 뜻이 무색하게 7시간 만에 끝났다. 민주당이 4월 임시국회 회기를 3차례로 나누는 ‘살라미 전략’으로 응수한 탓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첫 안건으로 회기 종료 시점을 다음 달 4일에서 이날 밤 12시로 바꾸는 ‘회기결정의 건’을 처리했다. 이날 밤 본회의를 곧바로 산회해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민주당 김종민, 국민의힘 김웅, 민주당 안민석, 국민의힘 김형동,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순서로 발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안민석 의원을 끝으로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민주당은 회기 종료 이후 다시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내는 방식으로 오는 30일과 다음 달 3일 차례로 본회의를 열고 회기를 조기 종료시킨다는 계획이다. 임시회는 소집일 사흘 전 공고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27일부터 사흘 뒤인 30일, 또 그로부터 사흘 뒤인 다음 달 3일 본회의를 열어 국민의힘 측 필리버스터를 차례로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박 원내대표는 앞서 “회기 종료 방식으로 이 사안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27일 밤 12시쯤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직후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임시회를 토요일(30일)에 개의하는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에 본회의가 다시 소집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때 검찰청법 수정안을 우선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고 나면 두 번째 형사소송법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가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또 번갈아 가면서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한 상황이 돼서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면서 “(국민의힘) 의원님들께서 열심히 참여하고 계시니 저희도 또 그렇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참담하고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에게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검수완박법을 민주당의 이익을 위해서 이렇게 민주당만의 그런 잔치로 이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며 “거대 의석을 준 국민의 뜻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정말 답답한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민이 민주당에 거대 의석을 주신 뜻은 양보하고 협치하라는 의미에서 준 것”이라며 “그런데 양보와 협치할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의 뜻 잘못 읽고 입법 독주, 독선적 국회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언급한 데 대해서는 “워낙 민주당이 국민 뜻과 배치되게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이니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직자가 고육지책으로, 그렇게 자신 있으면 국민투표에 부쳐서 제대로 물어보자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 아닌가”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