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연’ 홍역 후 첫 ‘유퀴즈’…“떳떳이 외칠 수 있다”

입력 2022-04-28 00:58 수정 2022-04-28 14:15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캡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이 27일 방송에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며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전했다.

이날 밤 ‘너의 일기장’ 특집으로 꾸며진 ‘유퀴즈’는 새 덕후 김어진,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 정영미, 편지 쓰는 택시 기사 명업식, 배우 박보영이 출연해 일기와 관련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출연진의 이야기와 함께 눈길을 끈 건 방송 말미에 공개된 에필로그 ‘나의 제작일지’였다.

제작진은 “폭풍 같았던 지난 몇 주를 보내고도 아무 일 아닌 듯 아무렇지 않은 듯 쳇바퀴에 그저 몸을 맡겨야만 하는 나의 제작 일지”라며 에필로그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저 멀리 높은 곳의 별을 좇는 일보다 길모퉁이에서 반짝이는 진주 같은 삶을 보는 일이 참으로 행복했었다. 유퀴즈는 우리네 삶 그 자체였고 그대들의 희로애락은 곧 우리의 블루스였다”고 털어놨다.

또 “이 프로그램을 일궈 온 수많은 스태프, 작가, 피디들은 살면서 또 언제 이토록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면서 “보통 사람들이 써 내려가는 위대한 역사를 담을 수 있어서, 어느 소박한 집 마당에 가꿔 놓은 작은 꽃밭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라서 날씨가 짓궂더라도 계절이 바뀌더라도 영혼을 다 꽃피워 왔다”며 유퀴즈에 대한 깊은 애정을 전했다.

'유퀴즈' 캡쳐

이어 MC 유재석과 조세호에 대해 “자신의 시련 앞에서는 의연하지만 타인의 굴곡은 세심하게 연연하며 공감하고 헤아리는 사람, 매 순간이 진심이었던 유재석과 유재석을 더욱 유재석답게 만들어준 조세호”라며 “두 사람의 사람 여행은 비록 시국의 풍파에 깎이기도 하면서 변화를 거듭해 왔지만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만큼은 목숨처럼 지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뜻하지 않은 결과를 마주했을 땐 고뇌하고 성찰하고 아파했다. 다들 그러하겠지만 한 주 한 주 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일했다”던 제작진은 “그렇기에 떳떳하게 외칠 수 있다. 우리의 꽃밭을 짓밟거나 함부로 꺾지 말아 달라고. 우리의 꽃밭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것이라고. 시간 지나면 알게 되겠지. 훗날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제작진의 마음을 담아 쓴 일기장”이라고 마무리했다.

앞서 유퀴즈는 지난 20일 게스트로 윤 당선인을 출연시켰다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유퀴즈 측이 과거 문재인 대통령 등의 출연은 거절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고 시청자 게시판 등에서도 상반된 의견이 격돌했다. MC 유재석 등에게도 악플 세례가 쏟아져 유재석의 소속사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유퀴즈' 출연 모습 캡처. tvN 제공

유퀴즈 측은 그러나 관련 논란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논란 후 처음 방송된 이날 제작진이 일기 형식을 빌려 현재의 입장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