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8일 0시 자동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은 30일 본회의를 열어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무제한 토론은 27일 오후 5시부터 시작해 7시간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웅 의원이 토론에 나섰다. 민주당에서는 김종민, 안민석 의원이 찬성 토론을 진행했다.
권 원내대표가 첫 타자로 본회의장 연단에 섰다. 권 원내대표는 “정권 인수 시기에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 권력으로 간신히 틀어막던 지난 5년 동안의 민주당 정권의 부정부패 실체가 국민 앞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일일이 거명하기도 했다. 그는 “황운하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라며 “검찰이 수사권을 박탈당했다면 황 의원은 두 다리 쫙 뻗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향해서는 “이번 대선 후보로 나왔을 것”이라고 했고, 최강욱 의원에 대해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가짜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를 받고 있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정권교체 후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붙이자는 주장도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문재인정부 내에 이 법을 통과시켜서 공포하지 말고 국민투표에 부칠 용의는 없느냐”고 반문했다.
권 원내대표가 2시간1분의 토론을 마치고 내려오자 다음 순서인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김종민 의원은 “본질은 한 가지”라며 “모든 수사는 민주적으로 통제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통제받지 않는 수사는 안 된다는 쟁점에 대해 논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검수완박 주장이 아니라 수사·기소의 분리가 가장 큰 쟁점”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나섰다. 김웅 의원은 2시간50분 동안 반대 토론을 이어갔다. 김웅 의원은 “검수완박은 힘없는 서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지 죄지은 권력자를 비호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법의 진정한 문제점은 서민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웅 의원은 절차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회기 일정 쪼개기라는 말도 안 되는 편법이 동원됐고 위장 탈당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악의 꼼수까지 동원됐다”며 “이런 날치기에 동원하고 있는 꼼수들을 보고 있으면 민주당의 악마적 재능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꼬았다.
필리버스터 종료 40분을 남기고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자신이 검찰의 기획 수사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저는 정유라의 ‘승마 공주’를 국정농단으로 표현했다”며 “그 대가는 저에 대한 기획 수사였다. 최순실을 국민에게 소환한 저를 잡겠다는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입법 로비’ 사건으로 징역 4년을 받아 복역하고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재윤 전 의원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안 의원은 “저는 살아남았지만 기획 수사의 칼날을 피하지 못하고 4년형을 감옥에서 살고 나온 뒤 화병이 나서 억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오는 30일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 처리한다. 이후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