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윤 당선인에게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자’고 제안키로 했다”고 말했다. 의석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여론에 기대 법안 통과 움직임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검수완박법에 대한 국민투표, 가능할까?
선관위 “현행 국민투표법, 헌법불합치 결정…투표 불가”
‘검수완박 국민투표’ 제안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국민투표 가능 여부에 대해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선관위 측은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4년 7월, 국민투표법의 ‘재외국민 투표인명부 작성’ 조항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표인 명부 작성이 불가능하다고 판시했다.
헌재가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은 재외국민의 투표인명부 작성을 다룬 조항이다. 국민투표를 한다고 공고한 시점에 우리나라에 주민등록을 해 놓았거나 재외국민이더라도 국내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에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반드시 투표권이 인정돼야 하고,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돼 있더라도 재외국민은 국민이므로 이들의 의사는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해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명하고,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결정했다.
여야 극한 대치…국민투표법 개정도 어려워
이후 선관위는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사전투표 및 선상투표제도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의견을 2017년 10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국회가 우리 국민 자격이 있는 재외국민은 모두 투표인명부에 오를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어야 하지만 법안 통과는 무산됐고, 헌재의 결정대로 2016년 1월 1일 이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국내 거소 신고를 하지 않은 재외국민은 물론, 거소를 신고한 재외국민까지도 투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해당 조항의 효력이 없어져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현 상황에선 투표인명부를 작성할 수 없어 투표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가 검수완박법 통과를 두고 극한 대립하고 있는 현 정국에서 6·1 지방선거 전에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검수완박법, 국민투표 부칠만한 사안일까?
만약 국민투표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사안이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이 일 수 있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국민투표법에는 ‘헌법 제72조의 규정에 의한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과 헌법 제130조의 규정에 의한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이 국가 중대사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인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투표 제안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투표가 새 대통령에 대한 신임·불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투표함을 열었을 때 반대보다 찬성이 많을 경우 윤 당선인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적 관심사]는 국민일보가 국민적 관심을 받는 발언이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저 말이 진짜인가’ 궁금하시다면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