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원래 쓴 법입니다” [종교국장 뉴스레터]

입력 2022-04-28 08:00
게티이미지


어제 아침 국민일보를 보고 많은 목사님들이 회사로 전화를 주시거나 카톡을 주셨습니다. 코로나 팬데믹과 대선을 거치면서 한국교회 신뢰도가 18.1%까지 급락했다는 조사결과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구요. 한국교회 신뢰도는 2020년 1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사에서 31.8%, 지난해 1월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서 20.9%였습니다.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25.3%로 천주교(65.4%), 불교(66.3%) 등 3대 종교 중 가장 낮았습니다. 종교별 대국민 이미지 조사에서는 기독교는 ‘배타적’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 등 부정적인 단어가 포진한 반면 불교는 ‘포용’ ‘상생’ ‘친근’ ‘보수’ 천주교는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 등 긍정적 단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특히 19~29세 사이 젊은 세대에서 기독교 호감도는 19.0%로 나타나 전체 세대 중 가장 낮았습니다.


이런 조사결과에 대해 어느 독자는 “여론조사 대상 1000명이 너무 빈약하고, 데이터가 신뢰성을 하락시킨다. 일반 언론사들과 같은 방향으로 기사를 쓰는 것 같아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 훼손이 된다”고 항의하셨습니다. 또다른 목회자는 “80% 이상 목사들이 코로나 중에도 고군분투해서 교회를 지키고 있는데 국민일보가 이 어려운 시기에 이런 기사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이런 기사는 많은 목사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안타까워하셨습니다.

반면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목사님들도 많았습니다.

“약은 원래 쓴 법입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지점까지 왔으니깐 앞으로는 올라갈 일만 남았겠죠. 오히려 긍정적 의욕이 생깁니다. '한번 해보자!' 더 몰이해적인 힘들고 어려울 때도 우리 선배님들은 주님 한 분 바라봄으로 이겨내셔서 여기까지 한국 교회를 이루어 놓았는데, 우리 세대가 까먹지 않아야 될 것 같다는 거룩한 부담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일반 언론과는 다른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도리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한국교회에도 합력하여 선이 될 줄 믿습니다.”

사실 설문조사결과를 받아본 뒤 저희 종교국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가뜩이나 기독교가 욕을 먹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나쁜 결과를 보도해서 교회 이미지를 더 나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입니다. 다른 취재를 하면서 설문조사결과를 살짝 귀띔한 몇몇 목사님들 중에는 “보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설문조사 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 한국교회가 사회봉사활동을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보다 성경 말씀을 제대로 잘 전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달라지지 않겠느냐. 설문조사 항목을 다시 만들어서 조사를 다시 하면 어떠냐”는 우려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한국교회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은 한국교회들이 세상 사람들 눈에 비친 교회 실상을 직시하고 더 복음적으로, 더 선교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마 5:13~16)

하나님 지상명령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일보는 한국교회와 동역해 나가겠습니다.

by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