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에서 극한 대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한 검수완박 중재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밀어붙이자 국민의힘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막아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국민투표’라는 초유의 카드까지 꺼내 들며 검수완박 저지에 총력을 다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를 전격 소집했다. 박 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공식 합의하고, 서명해서, 국민 앞에 발표한 검찰개혁 합의안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이었다”며 “하지만 야당은 이를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본회의 개회를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중재안이 곧장 표결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애초 중재안에 합의했다가 입장을 선회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첫 토론자로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권에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외에도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해 왔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전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인 정치공학의 산물”이라며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면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정권 말기에 군사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권 원내대표가 발언하는 동안 야유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임시국회 회기를 짧게 끊어 가는 일명 ‘살라미’ 전략으로 대응했다.
이번 임시국회 회기 시한이 27일 자정(24시)으로 끝나는 안이 통과되면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역시 이 시점을 기준으로 종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해당 안건은 사흘 후로 예정된 다음 회기 시작일(30일)에 자동으로 회부돼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법안이 자동 상정되면, 필리버스터 등은 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필리버스터로 처리 시간은 늦췄지만 법안 통과 자체를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해 국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검수완박에 대한 국민투표가 성사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안건조정위에서 통과시키는 과정에 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정현수 손재호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