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아들 준 50억은…” 곽상도 “왜 이리 거짓말을” 질타

입력 2022-04-27 18:17 수정 2022-04-27 18:47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공판에 참석했다가 휴정 시간을 맞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녹음파일을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은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은 오전 재판을 마치고 정 회계사를 향해 “정영학, 정영학,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해”라고 질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의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대장동 개발 시행사) 양 모 전무로부터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은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6년차 대리급 직원이었던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거액의 퇴직금이 나가는 것에 대해 양 전무가 동의하지 않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이를 직접 달래는 과정에서 해당 발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에 뛰어든 화천대유가 2015년 하나은행과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겪을 때 도움을 준 대가로 곽 전 의원이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이 당시 하나은행 측에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라”고 청탁하면서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잔류하면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후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병채씨는 지난해 4월 퇴직하며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받았다. 검찰은 경력이 길지 않은 병채씨에게 지급된 고액의 퇴직금이 사실은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이 퇴직금을 받은지도 몰랐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곽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치고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느냐”며 정 회계사에게 소리쳤다.

곽 전 의원은 지난 13일 재판에서 대장동 사업 핵심 관계자인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2014년 사건 상담을 위해 자신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오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 두 사람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 법률 상담을 위해 찾아온 것이고 자신은 대장동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정 회계사는 이날 재판에서 “(김만배씨로부터) 제 사건도 조금 물어보고 (대장동) 사업계획서도 설명할 겸 남 변호사와 같이 찾아가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와 변호사법 위반 사건 관련 상담을 받으러 곽 전 의원의 변호사사무실에 간 목적도 있었지만 자신의 경우 곽 전 의원에게 대장동 사업계획서를 설명하고 오라는 지시도 있었다는 것이다. 곽 전 의원이 자신에게 “이런 사업은 기대보다 안 좋은 이익이 나오니 대비를 하라”는 조언도 했다고 증언했다.

곽 전 의원이 김씨와 언성을 높이며 다툼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회계사는 2018년 11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곽 전 의원·김씨·남 변호사 등과 함께 식사하던 도중 곽 전 의원이 “많이 벌었으면 나눠줘야지”라고 말했고, 김씨가 “법인 돈이어서 안 된다”고 거절하면서 다툼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꼽히는 녹음파일을 제출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고 온갖 상황이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두려웠다. 김씨 주변에 정치인, 고위 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 두려워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