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 검수완박 강행, 檢 분노·허탈

입력 2022-04-27 18:14
전국검사장회의가 열린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검찰 내부는 당혹과 분노, 허탈감이 가득했다. 법조계에선 법안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27일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이건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한 검사장은 “형사법 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개정안의 내용 및 처리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모두 어긋난다”며 “이쯤되면 국민들도 심각성을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지검장은 “검찰이 여러 경로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 국회는 듣지 않는 것 같다”며 “이런데 무슨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부장검사는 “초등학교 교칙도 이런 식으로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부망에서도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몰아치듯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까지 오른데 대한 비판 글이 이어졌다. 김수홍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법률안이 10시간 만에 처리됐다”며 “한 나라의 형사사법제도가 이렇게 바뀌어도 되는지 안타깝고 분하다”고 적었다. 고진원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본회의에서도 이른 바 회기 쪼개기 등 기상천외한 ‘입법 기술’이 총동원될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입법 과정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도 검수완박 법안의 강행 처리가 나을 후유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법을 뚝딱 만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졸속도 이런 졸속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법안 내용 중) 검찰 보완수사에서 ‘동일성’ 제한만이라도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보완수사가 동일성 범위로 축소되면, 주요 사건의 범죄 규명에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조민아 구정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