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고 쫓기는 ‘짝퉁 부품과의 전쟁’… 현대차, 2년 피해 531억

입력 2022-05-01 07:08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5월 대구본부세관과 합동단속으로 적발한 짝퉁 브레이크 패드.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는 지난 15일 유럽 몰타의 무허가 부품업체와의 소송에서 이겼다. 이 업체는 현대모비스의 아시아 판매용 자동차 부품을 수입한 뒤 포장을 바꿔치기했다. ‘짝퉁 부품’을 유럽 시장에 불법 유통한 것이다.

피해액은 약 140만 유로(약 18억8000만원)로 추정된다. 몰타 법원은 업체에 손해배상금 6만 유로(약 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근 몰타에 아프리카로 보내기 위한 중국산 짝퉁 부품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짝퉁 부품’의 유통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사후관리(AS)용 부품을 공급하는 현대모비스는 2020~2021년 글로벌 지식재산권 침해로 입은 피해 규모가 적발 사례만 따져도 531억원 수준이라고 1일 밝혔다. 중국에서 불법으로 부품을 생산한 뒤 원산지를 속여 유통시킨 경우가 약 329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일부 중동 국가와 러시아, 이탈리아에서도 원산지 위반 사례가 적발됐었다.

지난해 12월 현대모비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만 부품사 트와시 등 3개 업체의 자동차 부품 유통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자동차의 헤드램프 등을 베껴 만든 부품을 유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짝퉁 부품이 유통되고 있다.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는 관세청과 합동단속을 벌여 브레이크 페달과 완충기 등 56억원 상당의 짝퉁 부품을 해외에 수출한 국내 업체를 적발했다. 이 업체는 2019년 12월~2020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 알제리 등에 부품을 수출했다. 현지 바이어가 한국 직수입 부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악용해 현대모비스 상표인 ‘BESF1TS’(베스핏츠)와 유사한 ‘NEW BESF1TS KOREA’(뉴 베스핏츠 코리아) 상표를 썼다.


현대모비스는 ‘쫓고 쫓기는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짝퉁 부품은 철저한 품질 테스트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브랜드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대모비스는 84개국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본사와 현지 사법기관 등이 협력해 단속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외 다른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단속대리인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이후 이베이, 알리바바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짝퉁 부품 거래가 급증했다. 특히 온라인 거래가 많은 유럽에서 심각하다. 지난해 유럽에서만 1만7000건, 금액으로 약 4300만 유로(약 578억3300만원) 규모의 불법 판매를 적발해 게시글을 내리거나 법적 조치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주로 상표권 침해 사례를 단속하고 있지만 상표 노출 없이 교묘하게 모조품을 유통하는 디자인 침해 업체들이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